갤러리 이배는 해운대 달맞이고개에 있는 CK빌딩 1층에 위치하고 있다. 이 건물에는 갤러리 조이, 해운대아트센터, 마린갤러리 등도 입주 해 있어 한 번 방문하면 여러 전시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갤러리 이배에는 야무진 큐레이터가 있다. 작품 설명이나 영상 인터뷰를 똑 부러지게 하던 큐레이터였는데 얼마 전 그만 뒀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동안 전시 영상 촬영에 많은 도움을 준 이지은 큐레이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전시장을 방문 했을 땐 갤러리 이배의 새 식구가 반겨줬다. 이종담 큐레이터 실장이다. 전시 설명 인터뷰 영상을 부탁하니 흔쾌히 승낙했다. 덕분에 촬영도 순조롭게 마치고 작가들에 대한 설명도 세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이번 전시에는 회화, 조각, 사진 분야에서 영국 유학 후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여섯 명의 작가를 초대했다.
이번 전시 주제는 작가들이 낯선 땅에서 느꼈던 심정을, 특히 이방인으로서의 불안한 심리상태에 초점을 맞췄다. 사실적인 조각 작품을 선보인 권대훈,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에서 불편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김영헌, 박창환은 꿈과 현실의 경험을 화면에 담았다. 이방인으로서 그들 속에 동화되고 싶어 하는 사진작품을 선보인 배찬효, 동 파이프 작품을 선보인 최종운, 한지석은 경험과 기억을 실루엣처럼 희미하게 캔버스 위에 덧칠하듯 그렸다.
『낯선 땅에서의 이방인의 삶을 ‘공중에 매달린 듯 어중간한 지금의 상태’ 라고 표현한 글에서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계 밖의 삶을 살아온 자들의 위상을 직시할 수 있다. 데리다가 집단의 규정 안에 있는 인간으로서 주체와 경계 밖의 이방인으로서 주체가 아닌 것의 구분은 매우 유동적이고 자의적임을 인식하면서 이방인의 경계를 ‘해체’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우리 자신들은 낯선 타지에서 불안감, 고독감 등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감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삶의 방식과 사유의 습관은 이러한 감정의 굴레 속에서 변화되어 간다. 영국이라는 우리와 문화적으로 이질적인 사회에 속함으로써 어떤 집단의 규정 밖에 존재하는 이방인으로서 자신들에게 다가왔을 실존적 고민은 여섯 명의 작가 모두에게 공통적이다.』<갤러리 이배 배미애 대표의 글 중에서>
여섯 작가 중에는 현재 국내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작가도 있고 영국, 베이징 등에 거주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도 있다. 올 해는 부산 미술 현장에서 다른 해에 비해 영국과 관련된 전시가 많았던 것 같다.
British Impact. 낯선 이질적인 공간에서 온 몸으로 느꼈던 심정을 충실히 보여주는 전시다.
– 장소 : 갤러리 이배
– 일시 : 2013. 9. 4 –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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