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림展(갤러리데이트)_130901

해운대에 있는 갤러리데이트는 작년 6월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김구림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리고 작년 말에는 영국 테이트 모던 현대미술관에서 잭슨 폴락, 데이비드 호크니, 신디 셔먼 등과 함께 김구림 작가를 초대하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올 해 7월에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1층 전관을 할애하여 김구림 개인전을 진행 중에 있다. 이처럼 국내외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작가를 갤러리데이트에서 다시 부산으로 초대하여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부산 시민들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김구림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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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데이트의 이번 초대전은 작가가 1980년대 이후 주제로 다루고 있는 ‘음과 양’ 시리즈 작품 2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작업한 페인팅 작품 위주이며 작은 사이즈의 입체작품도 몇 점 보인다. 예전부터 김구림 작가는 디지털에 많은 관심을 가졌는데 가끔 그의 입체작품에는 디지털 이미지나 전자제품 속에 들어 있는 회로가 등장하기도 한다. 전시장에는 여성 이미지를 디지털 프린트로 출력하여 그 위에 페인팅을 한 작품들이 다수 눈에 띈다. 그는 여성 이미지 주위에 거친 붓질 자국을 통해 상충되는 이미지를 만들었는데 이것은 그림을 그린다기 보다는 기존의 이미지를 지워나가는 방식이다. 서구화에 물들어 가면서 조금씩 정체성을 지우고 있는 현대인들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기교가 없는 붓질은 가장 순수한 기교일 수 있다. 나의 사물은 어떤 공간 속에 영원히 뚜렷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물거품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다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보이는 것 같으면서 보이지 않고 없는 것 같으면서 있는 것 같은 어렴풋한 그 무엇이다. 끊임없는 생성, 소명, 변화, 발전 내지 퇴행하고 있는 것은 시간의 흐름과 생명의 존재성을 인식하고 인정하기 때문이며, 그것은 곧 자연의 법칙이기도 하다. 나의 작품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시작이고 끝인가가 분명치 않게 보이고 과거와 현재가 종횡으로 ‘과거~현재’의 모습으로 보여지는 것이며, 규정짓지도 않는다. 있음은 곧 없음의 상대성이며 더불어 존재하기 때문이다.” – 작가 인터뷰 중 –

김구림 작가는 화가이기는 하지만 여러 장르를 드나들며 최초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냈다. 최초의 실험영화, 대지미술, 화가로서의 첫 사진작업, 현대도자기, 현대조각, 일렉트릭 아트, 판화공방 처음 도입 등 최초로 시도하는 작가에게 늘 아방가르드라는 단어가 붙어 다닌다.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전시에는 작가의 과거 작품들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김구림 작가가 처음부터 순탄하게 지금의 위치에 오른 것은 아니었다. 대학 1학기만 마치고 전업 작가로 돌아선 그는 전위적인 행위 예술로 초창기 국내에서는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후 일본과 미국으로 건너가 생소한 곳에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유감없이 펼치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모던 미술관 개인전, 백남준과 함께 한 2인전 등 그의 명성이 알려지자 자연스럽게 국내에서도 그를 재조명하기 시작했다.

90년 귀국 후 그는 78세인 현재까지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건강 비결은 술과 담배를 하지 않고 열심히 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갤러리데이트 입구에 어느 미인에게 바디페인팅을 하는 현수막이 있는데 궁금해서 물어봤다. “아! 바디페인팅 퍼포먼스입니다. 저 때가 1969년인데 장소는 TBC방송국 분장실입니다. TV에 방영되기도 했죠. 저 여인의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나라 1세대 모델들입니다. 당시 모델들이 저를 위해 많이 도와줬죠. 제가 패션쇼 연출도 했었는데 우리나라 처음이자 마지막인 거리 패션쇼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김구림 작가의 작품에는 유독 물감이 많이 흘러내린다. 캔버스에 흘러내리는 물감은 곧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가장 순수한 기교라는 그의 철학이 현재의 생명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김구림 개인전은 부산 갤러리데이트에서는 9월 30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10월 13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갤러리데이트
– 일시 : 2013. 9. 1 – 9. 30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

2 thoughts on “김구림展(갤러리데이트)_130901

  1. yeon
    2013년 9월 13일 at 4:56 오후

    영상이 너무 멋있습니다 글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 추피디님 ^^

    1. artv
      2013년 9월 15일 at 11:04 오전

      감사합니다. 근처 가면 함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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