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팔레드시즈 2층에 있는 갤러리 미고는 고미술 갤러리를 40여 년 간 운영 해 온 전통 있는 곳이다. 2010년부터 기존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구분하여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이 곳에서 부산예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14번째 개인전을 갖는 유진재 작가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유진재 작가는 기본적으로 자연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작가이다. 도시 속 군데군데 숨어 있는 자그마한 풀 잎 하나에 대해서도 그에게는 작품의 소재가 된다. 작가는 80~90년대 ‘오래된 기억’ 시리즈 이후 현재까지 ‘영원한 공존’ 시리즈를 이어나가고 있다. 구상과 추상을 오가며 작업을 해 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구상에 가까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장 작품들은 평범한 배경 속 이파리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가까이에서 보면 배경에도 이파리가 숨어 있다. 캔버스의 일부분은 두꺼운 재질로 칠해져 두께가 있어 보인다. 이파리처럼 보이는 것이 튀어나온데 비해 배경의 이파리는 요철의 들어가 있는 입체감을 가진다. 작가는 왜 이파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작가는 오랫동안 부산에 살면서 각박한 도시 속 인간의 서정성에 관심을 가졌다. 작가는 서정성과 추상성에 관심을 가져왔는데 특히 자그마한 생명체인 이파리가 작품의 주 소재가 된다. 질박한 배경에 비해 이파리는 밝은 색조와 또렷한 윤곽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캔버스의 평면성을 극복하기 위해 입체감 있는 재질(겔 미디엄)을 자주 사용한다. 입체감과 조개껍질 펄의 반짝이는 느낌은 그의 작품에 더욱 생기를 넣고 있다.
『작가는 천연스런 표정을 얻기 위해 질료의 효과를 최대한 증폭시키고 그 대신에 자아의 간섭은 가급적 피한다. 이런 측면은 작품형성과정에서도 찾아질 수 있는데 작가는 자연적인 질료인 조개가루, 금강사, 돌가루 등을 사용하며 그 질료들이 갖는 오톨도톨 하고 까칠한 속성을 드러내는가 하면 흙손으로 쓱쓱 밀어 표면의 결을 살려낸다. 그렇게 하여 시골의 담벼락이나 옛 정취를 간직하고 있는 목가구를 볼 때와 같이 아련하고 정겨운 감흥을 일으킨다.
그의 작품을 요약한다면 인간과 자연의 친화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어떻게 하면 예술을 자연화하며, 인간과 자연의 영원한 관계를 도모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그의 이런 문제의식은 사실 인류가 당면한, 지구촌의 문제이기도 하다.』<서성록 평론 중>
박제 된 듯한 배경의 이파리와 실제 파릇파릇한 이파리, 올록 볼록한 단풍 이미지와 부조로 입체감을 가지는 이파리… 작가는 인류가 봉착한 환경의 재앙에 대해 자연스러움과 서정적인 감성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며 자연의 단초라고 할 수 있는 하나의 이파리를 단순화 시켜 표현했다. 가을의 문턱에서 개최되는 갤러리 미고의 유진재 개인전은 현대인들의 메마른 정서를 적셔주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하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를 느끼게 해준다. 전시는 9월 24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갤러리 미고
– 일시 : 2013. 9. 2 –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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