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진욱展(부산프랑스문화원 아트스페이스)_130829

부산프랑스문화원 아트스페이스는 해운대 수영만 요트경기장 정문 건너편에 위치 해 있다. 그 옆에는 고은사진미술관이 이웃해 있는데 이 곳에서 프랑스문화원 아트스페이스를 기획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 두 건물은 대로변에서 보면 자그마한 숲에 가려져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싶다. 더군다나 부산프랑스문화원은 초량에 있기 때문에 갤러리도 아직 초량에 있는 줄 착각하기도 한다. 해운대에 있는 아트스페이스는 작년 초에 개관 했다.

아트스페이스에선 염진욱 작가의 일곱 번째 개인전이 개최되고 있다. 작가는 80년대 초 신군부세력에 대한 시위가 거셌던 시기에 대학을 다녔는데 한때는 사회성을 띄는 작품에 관심을 갖기도 했다. 이후 작가의 화풍은 추상과 구상을 오가며 조금씩 변화 했고 몇 년 전부터 현재의 ‘산’ 이미지로 귀착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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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진욱 작가의 작품은 반구상 반추상적인 형태를 가진다. 멀리서 보면 분명 산의 이미지 같은데 가까이에서 보면 산 속 나무가 잎 모양을 하고 있다. 빛이 비치는 곳과 계곡의 그림자 부분, 운무의 흐름, 강의 경계 등을 통해 잔잔하면서도 신비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다. 작품 전체가 세필 작업으로 그려져 많은 수고와 시간이 걸렸을 것 같다.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절대 자유의 경지를 장자는 소요유(逍遙遊)라고 표현했다. 스스로의 변화와 초월을 전제로 자유롭게 거니는 이 느낌이 염진욱 작가의 작품 속에서 깊게 배어난다. 염진욱 작가의 작품은 현실의 사건과 논란들을 한 차원 승화시켜 표현하는 예술형식과 상통한다. 희노애락을 가벼이 드러내지 않고 시각적 은유를 통해 대상을 재현하는 형식 속에서 작가는 시대를 초월하여 절대자유의 경지를 깊이 있게 그려내고 있다.』<김미희 평론 중>

작가는 지금의 산 이미지에 대해 과거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고 한다. 그 경험이 좋은 추억이 될 수도 있고 또는 추상적인 이미지를 뜻할 수도 있는데 이것들이 조형적인 요소로 버무려 져 작품으로 완성된다. 최근에는 캔버스에 빼곡히 그려진 산의 이미지들이 ‘욕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고 한다. 작가는 좀 더 비워지고 걸러지고 가벼워지는 이미지와 조형의 깊이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색의 깊이와 바람의 밀도, 시간의 무게가 작품 속에 스며있어 고요히, 조용히, 정하게 거닐게 된다.’라는 김미희 큐레이터의 표현처럼 염진욱 작가의 작품 속엔 경험과 감성의 시간들이 깊게 담겨 있다. 푸른 산과 운무, 굵은 형태와 붉은 톤의 화풍을 거쳐 앞으로 작가가 표현하게 될 가벼워지는 이미지가 어떤 것일지 상상해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인 것 같다. 염진욱 작가의 개인전은 9월 17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부산프랑스문화원 아트스페이스
– 일시 : 2013. 8. 29 –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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