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바야시 구미꼬展(갤러리 화인)_130807

동판화는 동판을 조각 또는 부식 시킨 후 잉크를 묻혀 인쇄하는 기법으로써 일반적으로 페인팅이나 다른 장르에 비해 손이 많이 가는 장르이다. 특히 메조틴트 기법은 지독하리만큼 반복적인 노동을 요구하는데 그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동판에 로커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동판 위에 수많은 그레인을 만든다. 미세한 흠을 만드는 이 작업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그런 다음 흠을 파내는 스크래퍼와 그레인을 뭉개는 버니셔를 이용하여 동판위의 이미지를 따라 깎아 내거나 뭉개는 작업을 한다. 이 작업이 끝나면 잉크를 동판위에 먹인 후 헝겊으로 닦은 후 판화지를 올리고 프레스기에 압력을 가해 찍는다. 메조틴트는 작업기법상 세밀하고 정교한 작업을 할 수 있고 명암대비가 강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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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바닷가에 위치한 갤러리 화인에서는 일본 동판화 작가 고바야시 구미꼬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있다. 고바야시 구미꼬는 이번 전시에서 메조틴트 기법의 흑백 위주 작품들을 주로 선보이고 있는데, 작품 과정 특성상 1년에 세 점 정도 완성될 만큼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미술 교사인 고바야시 구미꼬는 한국에서는 이번이 첫 번째 개인전이다. 일본에서 함께 수학했던 한국인 친구의 제안에 의해 이번 전시를 준바하게 됐는데 내년 2월에는 방콕에서 한국인 작가 두 명과 함께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품들은 형태적으로는 기하학적 무늬와 달걀 껍질 이미지로 구분된다.

기하학적 무늬의 작품들은 기계에 대한 작가의 느낌을 표현한 것들이다. 작가는 평소 기하학, 숫자, 기계, 공구 등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는데 거기에다 매 순간,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과 고민들을 이미지화 하여 동판화로 작업했다. 뿐만 아니라 작가는 평소에도 매 순간마다의 느낌, 인연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요리를 하고 남은 달걀 껍질을 보며 한 동안 생각에 잠겼다고 한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달걀은 생명체를 품은 껍질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생명이 빠져나간 그 껍질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다시 여기에 생명을 불어 넣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껍질들을 데생하면서 재미있는 모양들도 발견하게 됐고 이런 시도가 달걀 껍질 시리즈로 나오게 된 것이었다.

작가는 최근 또 다른 형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젊었을 때 스킨 스쿠버를 하면서 바다 속의 아름다운 모습과 색상을 체험했다고 한다. 이러한 기억을 더듬어 그의 작품 속에 새겨 넣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한다. 그것은 특정한 형태와 모양은 없지만 여러 색상을 가미하여 기억 속의 색상을 표현하고 있다. 전시장에 비치된 팜플릿의 한 쪽 페이지의 부분에 그녀의 최신작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생명이 빠져 나간 달걀껍질에 다시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으려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고바야시 구미꼬가 이번 전시 동안 부산에 머물면서 아름다운 풍경과 부산의 인심을 만끽하고 돌아갔으면 한다. 더불어 작가와 통역을 맡으신 오영아씨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그 시간도 부산에서의 소중한 시간이었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화인에서 8월 15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갤러리 화인
– 일시 : 2013. 8. 7 – 8월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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