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 옆 팔레드시즈 2층에 위치한 갤러리 미고에서는 김대홍 작가의 ‘안녕, 대홍’이란 제목의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다. 토요일 오후 갤러리를 통해 작가를 만나려 했으나 작가 개인 사정으로 만나지는 못해 아쉬었지만 전시장의 작품들을 통해 그가 하고 싶은 잔잔한 이야기들을 느낄 수 있었다. 동화를 닮은 그림들이지만 세상과는 조금 떨어져 뭔가를 응시하는 작품 속 등장인물 또는 동물들을 통해 작가는 조곤조곤 이야기 하고 있었다.
작가는 그동안 여러 장르의 예술 활동을 해 왔다. 평범한 직장생활을 그만 두고 잠깐의 외국 생활 후 다시 돌아와 본격적인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그는 두 번째와 세 번째 개인전을 캐나다와 마카오에서 개최 한 이색적인 경력도 가지고 있다. 얼마 전 까지 ‘오픈스페이스 배’에서 디렉트로 활동을 하다가 지금은 개인 작품 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김대홍 작가의 작품 제목을 보면 마치 짧은 스토리 또는 스토리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가령 예를 들어 보면…
– 가죽이 벗겨진 채 들판을 달리는 개
– 꼬마들 손에 못 박힌 채 불타는, 단지 꿈틀거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것이 없었던 개구리
– 눈을 감지 않기 위해 테이프를 발랐으나, 눈알이 말라 버려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날
– 두 눈을 뽑고 평화롭게 레몬을 닮아간 두더지
– 두 눈을 서로 가려주는 친구
– 레몬이 보고 싶은 간절한 소망에 두 눈을 뜨게 된 고구마 두더지
– 목이 잘린 뱀을 들고 있는 버짐 난 소녀
– 무표정한 폭풍우 속 산책
– 세상을 눈에 넣은 검푸른 까마귀
– 이끼 낀 숲을 거니는 아가씨와 늑대
– 잘려진 이끼 낀 나무와 그를 떠나지 못하는 황금 코알라
– 칠흑 같은 어둠 속의 두 친구
– 카멜레온을 닮고 싶은 아이
작가는 그의 작품을 통해 세상을 바꾸거나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강하게 하지는 않는다. 소시민으로서 보고 싶지 않은 것은 그냥 체념하고 돌아서버린다. 그렇지 않으면 눈을 감아 버린다. 하지만 작가는 작품 속 등장인물들을 통해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전시장에 비치된 팜플렛에는 작가의 사적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 이야기들 옆에는 연관되는 작품 이미지들이 배치되어 있어 마치 단편소설을 읽는 듯하다. 홍콩에서 만난 ‘개’ 이야기에는 살짝 뭉클 해진다. 객지에서 만난 강아지 녹화를 위해 캠코더에 집중하느라 따뜻한 교감 없이 순식간의 아쉬운 이별(?)에 대해 그는 ‘푸른 석양이 지던 어느 날’이란 작품에도 그림자로나마 돌아보는 강아지에서 그의 마음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안녕 대홍’이다.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를 하는 것인지 또는 떠나보내는 대홍에게 인사하는 것인지 구분은 되지 않으나, 어쨌든 작가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앞으로 꾸준한 활동을 할 것 같다.(작가는 최근 어느 병원 내에 개인 작업실을 마련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가 사회의 보고 싶지 않은 장면들에 눈을 찔끔 감았다면, 다음 전시는 또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관객들과 만날지 궁금해진다. 그의 다음 스토리가 기대된다.
– 장소 : 갤러리 미고(해운대 팔레드시즈 2층)
– 일시 : 2013. 5. 16 –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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