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겸 & 히라츠카 료이치展(갤러리 이듬)_130228

주말에 미술 갤러리를 찾아 갈 땐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려 한다. 조금 불편은 하지만 버스에서 내려 갤러리까지 걸으면서 주위 풍경도 감상하고 웬만한 거리는 산책이라 생각하고 즐겁게 걷는다. 해운대 달맞이고개에 있는 갤러리이듬은 달맞이 언덕에서도 조금 높은 곳이라 걸어서 가면 살짝 땀이 날 정도의 위치지만 이러한 수고스러움도 갤러리에 들어서면 대표님이나 직원들이 살갑게 대하시는지라 금방 편안한 분위기에서 작업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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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이듬에서는 개관 5주년을 기념해서 김인겸 작가(69세)와 일본 작가 히라츠카 료이치(Hiratsuka Ryoichi, 67세)씨를 초대했다. 김인겸 작가는 국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 분이라 익히 명성이 알려져 있고, 히라츠카 료이치씨는 주로 일본과 국외에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7~8회 정도 전시 경력이 있는 원로 작가이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좌측의 히라츠카 료이치의 평면 작품과 중앙과 우측의 김인겸 작가의 입체와 평면 작품이 배치되어 있다. 히라츠카 료이치의 작품은 처음 봤을 땐 마치 한지 위에 붓으로 그림을 그린 듯한 느낌이었다. 중간 중간 나뭇잎이나 줄기처럼 보이는 형태도 있다. 작가의 설명에 의하면 나뭇잎 위에 일본종이를 덮고 탁본을 한 후 그 위에 잎의 윤곽과 잎맥의 선을 바탕으로 먹으로 그린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 일본의 미술 저널리스트인 산다 하루오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식물의 잎은 화가의 의식이 미치지 않는 외부 생태계에 속하고 독자적인 리듬으로 시공간을 형성하면서 살고 있다. 그렇다면 그런 외부 자연의 생성 흔적을 자각의 습성에 익숙한 창조 안에 받아들임으로써 회화를 다시금 부활시키고 싶다는 감정이 화가를 식물의 잎으로 향하게 하여 그 특이한 방법 원리로 이끈 것은 아니었을까”

김인겸 작가의 작품은 크게 입체 작품과 평면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시장 중앙에 보이는 입체 작품은 곡선, 반사성, 코팅된 검은 색상 등으로 언뜻 봐서는 형태와 재료를 알아보기 힘들다. 이 작품은 스테인레스를 이용한 입방체 구조의 일체형 판 조각인데, 작품의 제목 ‘Space-Less’처럼 입체이면서도 평면성이 강조된 작품이다. 그 옆에 액자 속에 들어 있는 작가의 평면 작품들 역시 작품의 제목이 충실히 반영되어 표현된 것 같다. 작가가 스퀴즈 드로잉(squeeze drawing)이란 기법을 이용하여 흰 종이 위에 슥슥 문질러서 만든 작품들은 스퀴즈가 지나간 자국들이 겹치고 중첩되면서 평면이면서도 겹침에 의한 입체감이 충분히 나타내어졌다.

스퀴즈 드로잉의 첩 개념에 대해 김인겸 작가는 이미지 조각(Image Sculpture)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작품의 제목인 ‘Space-Less’는 그런 이미지 조각에 투영된 ‘비어있음’의 차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 한 공간에서 같이 전시하는 김인겸 작가와 히라츠카 료이치의 작품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김인겸 작가의 겹치고 접치고 포개지는 여러 겹의 개념과 히라츠카 료이치의 탁본 위의 여러 겹의 일본 종이… 그리고 그 위의 먹물의 흔적. 필자의 생각에 두 작가의 공통점은 ‘층’이 아닐까 생각 해 본다.
평소 부산에서 만나기 힘든 두 작가의 전시회는 갤러리이듬에서 3월 28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갤러리 이듬(해운대)
– 일시 : 2013. 2. 28 –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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