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란주展(부산프랑스문화원)_121220

흙을 재료로 작업하는 작가들은 결과물에 작업 할 당시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진다고 한다. 마치 신이 나서 하는 일과 억지로 하는 일의 결과물이 다르듯이 창조적인 일을 하는 작가들에겐 작업에 임할 때의 마음가짐이 더 중요할 것이다. 그래서 당연히 흙을 빚는 작가들은 작업 전 평상심을 유지한 후 작업에 임한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의 14대 손인 심수관씨가 언젠가 “도자기는 모양을 만드는 기술만 가지고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도공의 윤택한 마음과 시대를 이해하는 마음이 들어있지 않으면 도자기로서의 가치가 없습니다.”라고 한 적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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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조란주 작가는 학부 때는 주로 철사 작업을 했다. 철사는 단단한 철의 재질이지만 바구니를 짜듯 엮으면 유기적인 형태와 빛에 의해 반응하는 부드러운 재질로 변한다. 이후 대학원에서 흙과 철사를 같이 사용하다 독일 슈트트가르트 국립예술아카데미에서 본격적인 흙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아카데미의 마이스터에게 도예를 배우기도 했으나 작품을 표현하는데 한계를 느끼면서 점토를 이용한 테라코타(terra cotta)에 집중하게 됐다. 작가는 가급적 유약 사용을 자제한다. 유약을 꼭 사용해야 할 땐 저화도유약을 사용하여 점토의 재질감을 살리는 기법을 쓴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작은 것에 대한 소중함이다. 현대인들은 풍부함 속에서 작은 것에 대한 소중함을 자칫 잃기 쉽다. 그래서 작가는 이번 작품에 집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도구들과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는 구석을 등장시켰다. 작가는 스마트해진 세상에서 잃어가는 것이 많다는 것과 또 사람들이 이러한 현상을 평범하게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조란주 작가는 그녀의 작품을 일상생활의 일기처럼 그려내고 있다. 아이들이 와서 보더라도 쉽게 알아볼 수 있고 재미와 공감을 줄 수 있는데 주안점을 뒀다. 구석을 표현한 작품은 작가가 어느 날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 하던 중에 나온 작품이라고 한다. 관객들 역시 이 작품을 통해 자기 자신을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 들어있다. 편안함과 소소하지만 작은 것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조란주 작가의 이번 전시회는 1월 15일까지 부산프랑스문화원 아트스페이스에서 전시한다.
– 장소 : 부산프랑스문화원 아트스페이스
– 일시 : 2012. 12. 20 – 2013.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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