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전위미술가인 뒤샹의 변기(정식 제목은 ‘샘 Fontain’)에서 볼 수 있듯이 현대미술에선 무엇이 미술작품인지 아닌지 구분하기조차 힘들어졌다. 전시장에서 친절하게 작품설명을 해 주는 작가가 있는 반면 그냥 보이는 대로 느끼라고 ‘강요’하는 작가들도 있다. 일반 관객으로서는 난처할 따름이다. 갤러리데이트에서 만난 신사빈 작가는 전자에 해당된다. 일종의 개념미술인 그녀의 작품을 보면 처음엔 조금 난감하다. 바둑판 모양, 규칙적으로 배치된 듯한 점들, 직물 같은 캔버스 위의 붓 자국들… 작가는 이런 이미지들이 처음부터 의도해서 나온 것은 아니라고 한다. 작업하는 동안 캔버스에 작가의 보편적?내면적 언어가 내포되고 숨결이 베이면서 서서히 완성되어 간다고 한다.
“나의 작품들은 모두 내면화된 세계를 다루고 있다. 그 내면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미리 규정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나의 내면에서 스스로 질서와 자리를 잡아간다. 그리고 나는 그 질서를 포착한다. 그 질서는 조형언어가 되고 나는 그러한 방식으로 내 안의 자연을 느낀다. 나를 통해 내면화되고 자기화 된 또 다른 자연이다. 그렇게 내 안에서 내면화된 조형언어는 내가 존재하기 위한 시각적 틀이다. 그것은 시간이자 공간이다. 그것은 나의 내면화된 시간과 공간이기 때문에 지극히 주관적이다. 나는 그 시공간을 관조하며 명상하며 존재한다.” 『작가노트 중에서』
작가는 모나드(Monadenlehre)란 개념을 늘 염두 해두고 있었다. 모나드는 독일의 철학자인 라이프니츠가 주장한 ‘모든 존재의 기본’의 개념인데, 작가의 작품 속에 보이는 점들은 유토피아와 현실을 잇는 ‘모나드’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기하학적이고 차갑게 보일 수 있는 작품들을 잘 뜯어보면 형식적인 면에서 서정성도 엿보인다.(붓 터치, 색감 등) 전시장의 작품들은 대부분 20호 내외의 작은 사이즈들이지만 각각에는 작가의 깊은 철학과 경험과 언어들이 담겨져 있다. 한 마디로 이번 전시는 ‘감상’보다는 ‘명상’이 어울린다고나 할까…
– 장소 : 갤러리데이트
– 일시 : 2012. 10. 5 –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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