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서 처음 만난 작가들은 사실 서먹서먹하고 분위기도 조금 어색해진다. 인터뷰하는 사람도 응하는 사람도 긴장을 하기 때문이다. 조금 다르게 비유하면 인물촬영과도 같다. 촬영을 하려는 사람은 최대한 얼굴이 잘 나오도록 찍으려고 애쓰고 찍히는 사람도 마음은 잘 찍히고 싶은데 그럴수록 표정이 굳어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전시장에서의 인터뷰는 여러모로 신경이 쓰인다.
갤러리 데이트에서 만난 신성호 작가와의 인터뷰는 조금 예외의 상황이었다. 처음 만난 분이었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웃집 아저씨처럼 편한 분이란 것을 인터뷰 내내 느꼈다. 하지만 그의 작품마저 편안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아니 조금 심각해 보였다.
작품들이 거의 모노톤에 가깝고 거칠고 투박했다. 두꺼운 물감들의 강렬한 흔적들이 캔버스의 곳곳에서 확인된다. 작가는 어떤 의도로 이러한 작품을 만들었을까…
『때론 침묵으로, 때론 거침없는 에너지를 가진 야성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생명에의 의지를 발현(發顯)하고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생명체의 존재하는 모양과 그 내면을 동양적인 사고의 특수함과 함축적 표현을 통해 드러내고자 함이다.』 <작가 노트 중에서>
작가는 글이나 말로써 표현이 안 되는 소리나 기운, 에너지, 활력 같은 느낌들을 캔버스에 쏟아내고 있었다.
신성호 작가는 그동안 몇 차례의 작품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특히 작가로 알려진 후 10년이나 지나서 개인전을 할 정도로 신중하기도 했다. 작가는 변화와 실험적인 성향이었다. 개인전을 한 이후에도 그는 2년 정도의 주기로 개인전을 개최하고 있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꼼꼼함이 마치 작가의 성향을 그대로 나타내 주는 것 같다.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내내 편안하고 덤덤하게 대화를 이끌어 나갔다. 신성호 작가의 작품에 대해 아래의 강선학 미술평론가가 쓴 글을 보면 이해가 더욱 빠를 것 같다.
『선긋기를 통해 정형화되지 않는 부정 면의 칠하기로서 나이프의 사용과 마티엘 등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나타내려는, 나타나지 않는 것의 나타내기이다. 없는 것의 드러내기란 나타내기 힘든 것을 드러내려는 것과 같으며 재현이 아닌 드러내기란 존재자체의 모습을 확인하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것은 존재의 실상, 순수함, 재현이 불가능한 재현에 의해 수사된 것들 사이에 숨겨져 있는 것의 드러내기이다.』<1995, 직관과 사유 그리고 행위 展의 글에서 – 강 선 학>
– 장소 : 갤러리데이트
– 일시 : 2012. 7. 20 – 7. 29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