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트미술관은 다른 갤러리와 차별된다. 그 곳에선 도예, 향로, 옻칠작품, 茶도구 등의 작품전을 자주 갖는다. 또 미술관 1층에는 茶문화원이 있어 서구적인 건물의 외형과는 달리 내부적으로는 은은한 전통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번 전시회를 갖는 박명희 작가는 옻칠을 하는 작가다. 대체로 옻칠작업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사포를 치고 옻칠을 하는 기본 방법 외에도 토분을 섞기도 하고 금박을 넣는 작업, 건칠작업 등을 거쳐 탄생되는 작품들은 그 재질감이 화려하고 고급스럽다.
하지만 이런 작품들 하나하나가 쉽게 탄생되진 않는다. 칠과 건조의 반복으로 작업시간이 길어지고 이러한 반복 작업은 구도자의 그것이라고 할 만큼 진지해진다.
『그러나 어느 날 문 득 깨달았다.
나 자신을 찾아가는 도구로서 나는 이 옻칠을 선택한 것임을…
내가 만든 작품 속에 타인들이 나를 느끼든 느끼지 못하든 그것은 내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만든 작품으로 타인들이 나를 높이 평가하든 낮게 평가하든 그것 역시 내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저 옻칠이란 게 있어서 나는 옻칠을 하는 것이다.
옻칠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서 옻칠을 하는 것이다.
옻칠이란 곳에 나를 담는 것이다.』(작가노트 중에서)
전시장에는 자기, 목기, 찻상 등 다양한 작품들이 있지만 소라 형태 작품들이 자주 눈에 띈다. 작가는 석사논문을 준비하면서 패류 형태의 차통디자인을 연구했다고 한다. 작가에게 패류는 시각적으로 비례와 균형을 잘 갖춘 모티브였다.
‘자연은 그것이 예술과 같이 보일 때 아름다우며 예술은 그것이 자연과 같이 보일 때 아름답다’
느림의 미학 – 茶와 옻칠작품.
이번 전시는 차 한 잔의 여유가 느껴지는 그런 전시인 것 같다.
– 장소 : 한국아트미술관
– 일시 : 2012. 5. 29 – 6. 9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