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결수展(갤러리 화인)_120512

어느 분야든 노동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살짝 긴장하게 된다. 노동, 민중, 민족, 노조 등이 연상된다. 제도권 교육에서 노동(또는 노조)에 대한 균형 있는 교육을 받지 못한 우리들은 ‘노동’이란 단어에 대해 친밀감을 갖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작품에 있어서도 노동이란 개념이 들어가면 심미성보다는 개념이나 이념이 포함된 예술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개념을 확대하면 제도권이라는 문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술을 포함한 각 학문과 사회 전반적인 제도권의 울타리는 높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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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하는 작가는 작품에 공공연하게 노동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작가다.
김결수 작가는 수년 째 ‘노동-효과’라는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노동이란 신성한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주어지는 사회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런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은 자본주의 폐해를 우려한다. 자본주의에서는 노동이 곧 부가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러한 사회에서 노동의 의미를 작품 속에 새겨 넣고 있다. 이것은 예전 작가가 경험한 포장마차와 나무도마에 얽힌 옛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작가의 동네엔 가끔 쓴 소주에 목을 축이던 포장마차가 있었다. 어느 날 그 포장마차가 심하게 파괴된 것을 발견한다. 새벽 음주 차량이 인도 위 포장마차를 덮치면서 포장마차 아주머니의 생명을 앗아가는 끔찍한 사고였다. 그 사고가 있은 후 작가는 현장에서 나무도마를 발견한다. 수많은 칼질로 가운데가 구멍이 날 정도로 닳은 도마. 작가는 그 도마를 보는 순간 노동과 효과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이후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노동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그의 작품 속에는 오랜 시간과 공이 들어간 노동의 흔적을 볼 수 있다.

김결수 작가는 작품의 재료로 알루미늄캔, 폐건자재, 돌가루 등을 사용하고 있다. 갈고 두드리고 압축과 결합을 반복한다. 작가는 작품에 노동을 새겨 놓고 있다. 전시장에는 작가의 최근 작품인 LED 작품도 있다. LED의 깜빡거림은 현대 기술을 접목해서 최소한의 노동으로 빛을 얻어 냈다는 점에서 효과(effectiveness)를 표현하고자함이다. 아주 힘든 노동과 쉬운 노동을 대조시킨 작품이다. 6월 2일까지 해운대 달맞이고개에 있는 갤러리 화인에 가면 정창희 큐레이터의 친절한 안내로 김결수 개인전을 관람할 수 있다.
– 장소 : 갤러리 화인
– 일시 : 2012. 5. 12 –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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