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창원을 찾았다. 궂은 날씨에 우산을 챙겨 갔지만 비커녕 햇살 덕분에 우산에서 양산으로 용도 변경됐다. 창원에선 지금 창원아시아미술제가 개최되고 있다. 1996년 용지야외미술제에서 시작된 이 미술제에 올 해는 10여 개국에서 50여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행사 깃발이 나부끼는 성산아트홀 광장에는 젊은 남녀들과 가족들이 눈에 띄었다. 입장료는 성인 2천원, 학생 1천원.
성산아트홀 실내전시는 1층과 2층에 총 다섯 개 전시실로 나뉘어져 있었다. 1층 로비에선 오픈스튜디오 교육장이 있었는데 일반인들에게 3차원 프로그램인 zbrush 교육을 하고 있었다. 전시장 1층은 주로 국내 작가들이 많았고 2층에는 아시아 작가들이 주를 이루었다. 평면 회화부터 설치, 입체, 미디어 등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였다. 센스를 이용한 인터랙티브 작품들이 아이들에겐 장난감처럼 인기가 있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하이브리드(hybrid)이다. ‘하이브리드’라고 하니 승용차가 먼저 떠오른다. 광고의 힘이다. 전시주최 측에선 하이브리드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hybrid는 창조적 혼성인 통섭(consilience)에 가깝다. 통합은 물리적으로 이질적인 것들을 그냥 한데 묶어놓은 것이고, 융합이 하나 이상의 물질이 함께 녹아서 화학적으로 서로 합쳐지는 것이라면 통섭이란 통합과 융합을 넘어서 뭔가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고, 번식하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2012년 창원아시아미술제의 주제인 hybrid는 섞어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창조적 혼성으로 ‘아시아적 시선과 가치’ ‘청년정신’을 포함한 미래 비전이면서 다양성과 다원성을 포함한다.』
이번 전시에 중점을 둔 것은 최근 몇 년 동안 전시에서 보여줬던 아시아적 시선과 가치, 청년정신의 퇴색, 관객 외면 등의 실정을 이번 전시에서 극복 해 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점을 뒀다고 한다. 인터랙티브 작품들은 관객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 아이디어인 것 같다.
성산아트홀 부근에는 볼거리가 많다. 인접한 곳에 용지공원이 있고, 경남도청 쪽으로 가면 관공서들을 지나 경남도청과 경남도립미술관이 있다. 성산아트홀 관람을 마치고 시간이 넉넉해서 창원시외버스터미널까지 걸어왔다. 중간에 창원스포츠파크와 컨벤션센터가 있었다. 컨벤션센터에선 국제식품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구경도 하고 무료 시음 커피도 한 잔했다. 비록 창원의 일부분만을 둘러봤지만 잘 정돈된 도심과 활기 찬 시민들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문화의 깊이가 더 느껴지는 창원을 기대한다.
– 장소 : 창원 성산아트홀과 인근 전시관
– 일시 : 2012. 4. 10 – 4. 29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