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아트스페이스가 구서동에 있던 2010년 여름, 익명전(匿名展) 이후 통 가보질 못했다. 이후 해운대에 개관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언젠가 한 번 가봐야지 하던 차에 날씨가 조금 풀린 지난 토요일, 발걸음을 해운대 소울아트스페이스로 향했다. 엑소디움 건물에 위치한 갤러리는 외관이 멋졌다. 이영섭/송은이 작가 개인전이 1,2층에서 각각 열리고 있었다.
이영섭 작가 작품은 주로 일종의 돌상과 비슷하지만 돌을 조각 한 것이 아니라 여러 소재를 섞어 돌상을 ‘만든 것’이다. 그렇다고 소조도 아니다. 그렇다면…. 땅을 형태에 맞게 판 후 시멘트와 흙과 바닷가에서 주운 조개 등을 섞어 부은 후 며칠 지나 돌상을 꺼낸다. 이미 딱딱하게 굳은 돌상에 세심한 마무리를 한 후 작품을 완성하였다고 한다. 작가는 이러한 작업에 ‘발굴’이라는 표현을 썼다. 땅 속에 있는 돌상을 끄집어내는 행위가 마치 땅 속의 유물을 발굴하는 형태와 닮았기 때문이다.
작가의 돌상에는 자연의 미와 우연의 미와 해학이 담겨있다. 바닷가에서 주운 돌과 조개와 고둥 등으로 인해 돌상의 표면은 매끈하지 못하다. 그래서 마치 세월이 오래 흘러 자연에 마모된 불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해변에서 놀면서 뒷짐을 진 채 한 쪽 발을 든 아이 돌상이나 두 손을 모으고 동요를 부르는 듯한 아이 돌상, 모두 딱딱한 돌과 반대되는 느낌, 마치 음양이 잘 조화된 작품 같다.
윤송이 작가의 작품은 2층에 전시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카오스이론과 프랙탈에 관심이 있는지라 일전에 소개 했던 조영재 작가나 윤송이 작가처럼 카오스의 의미를 작품에 활용하는 것은 나에게 흥미로움을 준다. 그래서 작품 속에 카오스이론을 어떤 식으로 표현했는지 내심 궁금해졌다.
강렬한 색상과 우연적 효과, 우주 속의 빛나는 파편 등을 보면 마치 추상표현주의나 팝아트의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종규 전시코디네이터(좌측 사진)의 설명에 의하면 ‘윤송이 작가는 작품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고 작품을 그리는 과정이 오히려 와 닿았고 뭔가를 보여주고 싶어 했다. 그래서 의도해서 선을 긋고 시각광고처럼 뭔가를 보여주는 것보다 작품을 작업하는 과정에서 영적인 미시세계와 무의식세계가 표현되는 것이 그녀의 작품이다.’라고 설명 한다. 조금은 어려운 의미이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작가가 작품을 재미있게 만든다.’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또 어떤 퍼포먼스와 이벤트로 작품을 만들어 낼지 기대가 된다.
– 장소 : 소울아트스페이스
– 일시 : 2012. 2. 1 – 2월 19일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