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숙 초대전(갤러리 아인)_130702

반짝거리는 투명비닐 속에 맛있게 보이는 사과가 있다. 빛이 반사되어 더 깨끗하고 투명하게 보이는 비닐 주머니 속에 사과, 체리, 꽃 등이 있고 비닐 주머니의 꼭지에는 리본이 다소곳이 묶여져 있는데, 극사실주의적인 화풍 속 투명 비닐에 쌓인 사과가 점점 궁금해진다. 오늘 만난 작가는 대구 출신으로서 현재 울산에 거주하고 있는 민경숙 작가이다.

해운대 중동 중앙하이츠상가에 위치한 갤러리 아인에서는 ‘투명 비닐 주머니 속 과일’로 잘 알려진 민경숙 작가를 초대해서 전시중에 있다. 캔버스에는 사과 또는 체리들이 투명 비닐 주머니에 들어가 있고 어머니의 한복 주머니와 옷고름을 연상하는 리본이 보인다. 작가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한복주머니에 대한 추억, 순간순간의 기억들을 모아서 투명 비닐 주머니에 넣어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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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비닐을 통해 신선한 과일이 더 예쁘게 보이기는 하지만 밀봉·답답함·공해 등을 생각나게 만드는 이중적인 의미와 조여진 매듭을 통해 막혀있는 현실을 반영하기도 한다. 작가는 이러한 구도 속에 소통이란 주제를 표현하고 싶어 한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주지만, 왠지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러움을 자아내는 유기체(有機體)들을 봉한 비닐 주머니는 생명의 숨을 가로막고 인간과 자연의 진실한 소통을 방해한다. 껍질을 벗기면 단물이 뚝뚝 흐르는 과육이 실은 유일한 진실이겠으나, 우리는 그 안에 들어 있는 수백 날의 햇살과 바람, 끈임 없이 흘렀을 구름의 유희를 헤아리지 못한다.  개인적인 역사에 근거한 내적 사유와 고백을 주머니 안에 담고 그것을 외부에서 관조하며 그것들과의 소통과 화해를 나누고자 하는 나의 작업은 세상과 자신 사이에서 진정한 소통을 갈구하는 또 다른 열망의 표현일지 모르겠다.』 <작가 노트 중에서>

작품 속에 등장하는 과일, 꽃, 인형, 병 등은 일반적이면서도 정서적으로 감흥이 쉬운 소재를 택하고 있다. 그녀는 비닐 속 과일과 소통, 닫혀 진 기억과 그로부터 숨 쉬고 싶은 소통을 나타내기 위해 근작에선 끈이 조금씩 사라져 가고 비닐이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대상은 조금씩 커지고 있다.

『작가는 사실적인 재현의 방식을 택하면서도 투명 비닐이라는 소재를 통해 여과된 형태가 시각적으로 변형된 장면을 담아낸다. 투명 비닐주머니로 포장된 오브제들을 클로즈업하여 화면 안에 보존함으로써 쉽게 쓰이고 버려지는 존재들이 익숙한 의미를 벗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지점에서 다시 존재하도록 한다. 익숙하고 평범한 것들이 그림 안에서 다른 무언가로 다시 인식 될 수 있기를 바라며, 형상의 모방을 넘어 눈에 보이지 않는 실제와 이미지 그리고 본질까지 수용하는 격상된 오브제의 재현을 보여주고 있다.』 <박소희의 평론 중에서>

최근 서울에서 전시회를 많이 가지고 있는 작가는 과거의 안정된 화풍에서 역동적인 작품으로 조금씩 변하고 있다. 좀 더 적극적이고 깨우치고 받아들이고 싶은 느낌, 소통의 문제에서 좀 더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비닐 주머니의 주름들도 더욱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투명 비닐 주머니라는 이중적인 성격의 소재를 통해 관객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민경숙 작가 초대전은 갤러리 아인에서 27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갤러리 아인(해운대 중동)
– 일시 : 2013. 7. 2 – 7월 27일

추PD의 아틀리에 ab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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