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인경, 임수식 2인展(에스플러스 갤러리 부산점)_130103

해운대 중동 달맞이고개에 위치한 S+갤러리는 신년기획전으로 권인경, 임수식 작가를 초대해서 전시중이다. 주제는 ‘고서화와의 조우’. 권인경 작가는 동양화를, 임수식 작가는 사진을 전공했다. 고서화(古書畵)란 아주 오래 전에 쓴 글씨나 그림을 뜻하는데 제목으로 짐작컨대 옛 것과 현대적 시각을 접목시킨 전시일 것 같다.  한 겨울이지만 살짝 따뜻해진 날씨 때문일까? 달맞이 고개에서 본 바다가 조금 뿌옇다. 널찍한 테라스를 가진 S+갤러리의 주말 오후 풍경은 여유롭다. 도시의 일상생활에서 이런 여유는 또 치열한 한 주를 기다리는 직장인들에겐 큰 활력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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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인경 작가가 그려 낸 아니 탄생시킨 도시는 그렇게 여유 있어 보이진 않는다. 작가가 바라본 도시의 풍경은 왠지 낯설어 보인다. 촘촘히 들어선 건물들과 각각의 간판들이 나열된 도시는 척박한 느낌마저 든다. ‘순간의 층위들’이란 작품은 부산의 영주동이나 동구의 산복도로 마을 같다. 가정집과 사무실이 나란하게 붙어 있는데 각 유리창을 통해서 실내가 드러나 보인다. 그 장면을 보고 있노라니 그 곳에선 무슨 일들이, 어떤 장면들이 있을까하는 상상을 해 본다. 작품 속 상호가 적힌 간판이나 안내판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작가는 낡은 건물의 부분에 고서(古書) 일부를 붙여 놓았다. 고서의 역할은 ‘옛날 것’일수도 있고 고서를 통해 발전한 현대를 표현한 것일 수도 있겠다. 작품들은 먹과 물감 그리고 고서들이 콜라주 되어 공간감이 느껴진다.

임수식 작가는 카메라로 책꽂이를 찍어 부분적으로 한지에 프린팅 하여 실로 이어 붙인 작품들을 선 보였다. 책가도(冊架圖)란 조선 후기(18~19c)에 유행했던 정물화를 뜻하는데 문방구류나 꽃병, 자기 등 방 안에서 쓰는 물건들이 화폭 속에 그려져 있는 작품을 뜻한다. 작가의 책가도에는 책꽂이, 국내 저서, 외국 원서, 도자기, 카메라, 액자 등이 현대식 느낌으로 사진 속에 들어 가 있다. 이렇게 큰 그림을 어떻게 출력했을까 싶어 가까이에서 보니 사진들은 조각조각 붙어져 있다. 작가는 한지에 잉크젯으로 출력한 후 부분들을 실로 이어 붙이는 식으로 완성했다.

임수식의 <책가도>는 감상자들에게 각자 다른 것들이 눈에 띄도록 구성되어 있다. 책의 색깔과 크기와 높이에서부터 책장의 진열형태 등 사람들마다 상이한 물체에 먼저 시선을 준다. 너무 반듯하거나 단조롭지도 않고, 책들로만 채워져 있지도 않은 <책가도>는, 결국 감상자들이 작품을 감상하면서 자신을 찾는 과정으로 확장된다. 셀 수 없이 많은 <책가도>의 책들에서 무엇인가를 찾듯, 사람들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머금은 것들을 애써 포착하기 마련이다. 그의 <책가도>를 보는 행위는 고이고이 간직한 추억을 떠올리도록 추동하기에 유쾌하게 숨은 그림을 찾는 시간으로 영근다. 『박정준 평론에서』

한지에 먹으로 도시를 그리고 빛바랜 고서의 일부로 콜라주 해 표현한 권인경 작가와 책가도를 현대적 해석으로 재탄생시킨 임수식 작가의 2인전은 S+갤러리 부산점에서 2월 20일까지 이어진다.

장소 : 에스플러스 갤러리 부산점
일시 : 2013. 1. 3 – 2. 20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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