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메아리가 지나가고 계속되는 장마철 중에 모처럼 파란 하늘이 빼꼼 열렸다. 반갑긴 한데 기온이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토요일 오후, 민주공원 나무 그늘 아래 군데군데 어르신들과 젊은 연인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민주공원 기획전시실에는 6월 17일부터 7월17일까지 「한국 근현대의 시간과 공간」이란 주제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 귀에 익은 ‘국민체조’ 구령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전시장 안은 크게 네 가지의 주제로 구분되었다.
#1 팬옵티콘(pan-opticon) : 감시와 처벌 벽돌색의 커다란 벽면에 철조망과 확성기, 감시카메라가 걸려 있었다. ‘팬옵티콘’이란 한 곳에서 모든 곳을 다 보면서 자기는 숨어 있는 시선의 불평등한 위계 구조를 뜻한다. 벽면 한 쪽에는 포스트잇에 여러 낙서(메모)들이 붙어 있다.
#2 민중미술의 등줄기를 따라 주로 민중미술 작가들의 작품들로 걸개그림, 판화, 수묵화 등의 작품들이었다. 반봉건 반외세의 깃발을 휘날리던 동학혁명부터 한국 근현대사의 투쟁의 역사를 선배 세대와 후배 세대가 함께 수묵화, 판화, 걸개그림 등으로 참여하였다.
#3 패러디(parody) 극장 70년대 장발 단속 하는 사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쿠데타 때의 사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쿠데타 때의 사진…. 얼룩진 우리 근대사의 상처들이다. 이러한 내용을 풍자와 희화(戱?)로 재미있게 엮어 놓았다.
#4 유신의 시대, 유신의 소리 전시장 내에는 ‘국민체조음악’ ‘국기하강식’ ‘국민교육헌장 낭독’ 등의 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지금 생각 해 보면 70~80년대의 경직되고 삼엄한 시대를 선배 세대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과거의 아련한 향수보다 한국 근현대사의 생채기 같은 기분은 나만의 느낌일까.
“우리 시대 작가들이 만들어낸 역사에 대한 낯선 판들을 달리 일컬어 ‘기억의 발굴’이라 부르고 싶다. 과거에 묻혀 있던 기억들을 애써 끄집어내는 것은 그것들이 현재의 틀 속에서 새로운 꼴로 되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틀에서 발을 뻗어 현재의 틀을 베고 누워있는 기억의 꼴들을 가로질러 다리를 놓고 서로 드나들 수 있다면 그 기억들은 새로운 목숨으로 되살아날 것이다.” – 신용철(책임기획)
– 장소 : 부산민주공원 기획전시실(부산 영주동)
– 일시 : 2011. 6. 17 – 7. 17
전문가 블로거 추준호 ab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