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홈파티 문화의 관심 증가로 푸드스타일리스트란 직업에 대해 관심이 꽤 높아졌다. 과거 푸드스타일리스트라 하면 광고에 사용되는 음식 연출이나 레스토랑 등에서 요리개발 등을 하는 직업을 뜻했다. 최근에는 범위가 조금 더 넓어져서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음식 자체의 기본적인 아이템 외에도 테이블 주변에 어울리는 소품 등도 관여하여 전체적으로 음식과 조화가 잘 이루어지는지 까지도 확인한다. 그래서 당연히 음식을 받치는 그릇 하나에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래서 최근에는 푸드스타일리스트와 도예작가의 꼴라보레이션 전시도 종종 개최된다.
2014년 초 SBS방송 설날특집으로 ‘이영애의 만찬’이란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한류 연애인 이영애를 통해 우리 전통 음식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가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전통 음식이 주인공이지만 그 음식을 담은 화려하거나 소박한 그릇들도 부각되어 나타난다. 이 프로그램에는 이능호 작가의 자기 작품이 등장하는데, 이후 작가는 ‘이영애의 만찬에 사용된 자기그릇을 제작한 작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능호 작가는 국민대학교 공예미술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첫 전시 이후 이번이 일곱 번째 개인전이다. 작가는 2009년 도쿄의 아우워즈 초대전과 2010년 중국 경덕진 국제도예전에도 참여하는 등 국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경기도 이천에서 작업하던 작가는 조만간 강원도 양구로 작업실을 이전할 예정인데, 양구는 과거 왕실 도자기를 만들던 곳이며, 이곳은 원토맥이 아직 살아 있는 곳이라고 한다.
해운대 중앙하이츠 상가에 위치한 갤러리 아인에 들어서면 이능호 작가의 그릇들이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다. 여러 가지 용도에 맞춰 다양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그릇 중 럭비공처럼 생긴 자그마한 자기가 보인다. 씨앗합이라고 한다. 뚜껑을 열어보니 밥그릇처럼 보인다. 전시장 안 쪽에는 커다란 공룡 알처럼 생긴 자기가 보인다. 뚜껑도 없고 그냥 둥근 바위처럼 보인다. 또 둘러보니 벽 쪽에는 작은 알처럼 생긴 밥그릇도 보인다. 씨앗합과 알처럼 생긴 도자작품을 통해 원시적이고 생명의 원천적인 기운이 느껴진다.
이번 전시에 대해 갤러리 아인은 “이능호 작가는 목(木)물레와 가스 가마를 이용하여 전통 방식과 현대적인 방식을 조화시켜 작품을 만듭니다. 한국적인 색감과 질감, 형태감을 살리면서도 모던한 감각의 그릇들은 부드럽고 편안한 작가의 모습과 닮아 따뜻하며 온화한 느낌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오브제는 정해진 제목이 없습니다. 단어에서 연상되는 이미지가 오히려 작품에 대한 느낌을 가로막는다는 생각에 작가는 작품명을 붙이지 않았습니다. 늘 윗부분이 열린 작업만을 해 온 그가 ‘닫힌’ 작업을 하기 위해 고행과도 같은 과정을 거쳐 ‘모든 것을 아우르는 상서로운 기운의 집’과 같은 작품을 내 놓았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작품 중에는 구멍이 숭숭 뚫린 자기도 보인다. 과일이나 야채를 올리면 적절할 듯 싶다. 그리고 그 옆에는 흰색의 두꺼운 도마처럼 기다랗게 생긴 자기도 보이는데, 여러 명이 먹을 수 있는 동일한 음식을 몇 가지 놓을 수 있도록 만든 용도처럼 보이며, 그 외에도 둥글고 네모난 그릇들이 가지런히 포개어져 있다. 대부분의 자기들은 매끈하기 보다는 약간은 투박하지만 자연스러운 맛이 느껴진다. 원시성과 추상성이 가미된 이번 이능호 작가 도자전은 갤러리 아인에서 12월 30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갤러리 아인
– 일시 : 2014. 12. 1 –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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