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청사포에 위치한 갤러리 아트숲은 2012년 10월 개관 이후 매년 15회 정도의 기획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번에 전시하는 ‘표현의 자유展’이 26번째 기획전이고 그동안 한걸음씩 나아간 결과로 이제 갤러리 브랜드가 컬렉터들 사이로 소문이 나고 있다. 부산에서 단일 갤러리 치고는 드물게 관장을 포함해서 3명의 갤러리스트가 있어, 매 기획전을 알차게 꾸미고 있다.
이번 기획전은 총 5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회화, 판화, 혼합재료, FRP 조소작품 등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들은 현재 부산 이외 지역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갤러리를 방문하면 최유란 큐레이터가 친절히 설명을 맡아서 해 준다. 작품은 메인 전시장뿐만 아니라 창 쪽 게스트 룸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게스트 룸은 20명 이상 앉을 수 있도록 꾸며졌는데 창 쪽이라 따스한 빛이 들어오는 공간이다.
전시장 입구 통로 우측과 정면에는 김수란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작품은 종이, 캔버스, 나무 테두리가 없는 캔버스 천 등에 그려져 있고 실크스크린과 판화작품도 있다. 작품 속 등장인물은 주로 작가 자신의 자화상이다. 작가는 내면과 외양을 늘 염두 해 두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자신을 “나는 그림으로서 나의 내면을 드러낸다. 상처받고 추악한 괴물으로서의 나, 모든 것이 허무하고 외양으로서 내 진정한 모습을 숨기고 살아가는 나의 내면 속의 얼굴이다. 괴물이지만 사랑 받고 싶어 이쁘게 치장하는, 사랑 받고 싶어 하는 괴물. 이것이 나이다.”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작가의 모습은 비록 작가뿐만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다수의 사람들이 느끼고 행동하는 보편적인 우리의 자화상이다.
안쪽 전시장 가운데에는 강창호 작가의 FRP 조소작품이 등장한다. 그런데 얼핏 공룡 같기도 하고 코끼리 모습 같기도 하다. 이 동물은 상상 속의 동물인 ‘제강’이라고 한다. 이 동물의 생김새는 둥그런 몸에 눈, 코, 입 등이 없는 형태이며 몸에 날개가 네 개, 다리가 여섯 개 달린 동물이다. 전설 속 이 동물은 노래와 춤을 즐겼다고 한다. 작가는 이 제강이란 동물이 자신 마음 속 어딘가의 찬란한 순간이라 믿고 있으며 관객들에게는 어딘가에 있는 고요한 노래와 춤을 느끼게 해준다고 믿고 있다.
옆 벽면에는 황도유 작가의 회화 작품이 보인다. 제목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시리즈다. 얼핏 처음에는 소설 속 장면을 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최유란 큐레이터는 작품 속 등장인물은 관객 즉 우리 자신일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작가의 작품 모티브에는 ‘군중속의 고독’을 통해 현대인들의 갈등구조, 소외감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작품 속 등장인물은 황량한 공간속에 숨 쉬고 있는 어떤 알 수 없는 충족감의 실체를 형상화 했다고 작가는 그의 작가노트에서 밝히고 있다.
또 전시장 한 쪽에는 문예지 작가의 신문을 활용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작품 속 주제는 달동네이다. 작품은 신문지를 찢거나 꼬여 붙이는 방법을 사용했다. 현대화의 가속과 개인주의로 과거 이웃의 따뜻함과 연대감이 상실되어 가는 요즘, 작가는 달동네라는 소재를 통해 우리네 이웃사촌의 정감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려 한다. 작가는 “나의 작업을 보면서 현대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 기회를 통해 소외되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소통을 하게 된다면 그 속에서 소중한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소외받지 않고 모두가 관심 받고 소통하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라고 밝히고 있다.
홍지철 작가는 하나의 캔버스 속에 흑인소년과 자본주의 상징물을 공존시킴으로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그의 작품은 사진으로 느껴질 만큼 깔끔한 드로잉 위에 커피가루로 그려진 흑인 아이의 얼굴이 인상적이다. 우리가 마시는 ‘향기로운 커피’의 이면에는 저임금과 착취, 노동혹사라는 참혹한 대가가 숨겨져 있다. 작가는 자본주의의 화려함 속에 감춰진 고통의 뒷모습을 되새겨 보고, 흑인 아이의 시선 끝에 놓인 자유의 여신상과 미국 달러 화폐 속의 ‘United States’라는 상징문구를 통해 잠시 자유시장체제의 씁쓸한 면을 생각하게 한다.
이번 갤러리 아트숲에서 기획한 ‘표현의 자유展’은 다양한 볼거리도 제공하지만 각 작품 속에 숨어 있는 작가의 고민과 고백, 바람 등이 여실히 느껴지는 전시이다. 작품 주제처럼 ‘표현의 자유’인 셈이다. 그러한 자유 속에 작가들의 개성을 표현한 이번 전시는 갤러리 아트숲에서 12월 17일까지 계속된다.
– 장소 : 갤러리 아트숲
– 일시 : 2014. 11. 18 –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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