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선진국이라면 흔히 프랑스, 영국, 미국 등을 손꼽는다. 하지만 통일 독일 이후 독일의 약진이 심상치 않다. 특히 베를린은 뉴욕에 버금가는 현대미술 시장이 되었으며 독일 내 등록된 갤러리 숫자는 이미 프랑스와 영국을 훨씬 앞서고 있다. 이러한 저력의 저변에는 예술가 사회보험 제도 등을 통해 작가들이 작업에 몰두 할 수 것도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
부산에서도 최근 독일 작가들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올 해 5월에는 고은사진미술관에서 클라우디아 훼렌켐퍼와 요제프 스노블의 사진 작품을 전시했으며, 10월에는 갤러리 우에서 티츠展을, 11월에는 갤러리 예동에서 ‘독일작가展’을 개최하고 있다. 독일 미술계의 세계화로 인해 앞으로 부산에서도 독일 작가들의 전시가 잦아질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이번 갤러리 예동에서 선보이는 독일 작가는 4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대의 작가들이다. 평소 김옥희 예동 대표는 독일 작가의 작품을 선호하고 소장 해 왔었는데 얼마 전 클레멘스 하이늘 개인전을 계기로 이번에는 세 명의 독일 작가가 참여하는 전시를 기획했다. 특히 페인팅과 조각 작품이 갤러리 예동의 재미있는 공간에 배치됨으로써 감상하는 재미가 솔솔하다.
클레멘스 하이늘(Clemens Heinl, 1959)은 목작업을 주로 하는 작가다. 대체로 인체 조각을 하고 있으며 목화(木花)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큰 톱을 사용해서 표면이 거칠기도 하지만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작품들의 시선이 인상적이다. 작가는 젊은 시절 인체의 형태와 비율, 관절의 움직임을 연구하기 위해 의수족 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을 만큼 인체를 연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은 ‘모델의 이야기를 조각의 언어로 옮기는 작가’라는 평을 받기도 한다. 최근에는 두상 부분을 브론즈로 만들어 재료의 혼합적인 면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전시장 한쪽 면에는 클레멘스 하이늘과는 다른 스타일의 목조 인체 작품이 눈에 띈다. 까마귀와 함께 서 있기도 하고 오른 쪽 어깨에 붉은 배낭을 메고 있기도 하다. 페터 헤르만(Peter Hermann, 1962)의 작품이다. 목조 인체조각 옆에 있는 동물들은 날고 싶거나 유영하고 싶어하는 자유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대변하고 있다. 작품들은 대체로 자그마한 규모이며 각 인체 목조 조각들은 평온하고 무심한 표정으로 어디론가 바라보고 있다.
이번 참여 작가 중 가장 젋은 크리스토퍼 램풀(Christopher Lehmpfuhl, 1972)은 도시의 풍경을 작가가 재해석하여 표현하고 있다. 질감이 상당히 두껍고 거칠어서 사물의 큰 윤곽만 알 수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태양이 비치는 도시 속 사람들의 풍경에서 유럽의 한적한 마을을 느낄수 있는 인상을 준다. 작가는 작업 할 때 붓을 사용하지 않고 손가락, 손바닥, 손등 등을 사용하여 두터운 물감의 양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작가는 현대적 의미의 인상주의적 조형성을 대표하는 작가로 독일에서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갤러리 예동은 전시 공간이 독특하다. 전시장 입구에서는 실내 전체 부분이 어느 정도 보이는 구조이며 한 쪽 좁은 공간은 따뜻한 햇빛이 들어와서 밝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안 쪽으로 들어가면 마치 사방이 막혀있는 듯한 공간이 등장하는데, 차분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구조이다. 이번 독일작가전은 세 명 작가의 회화와 조각 작품이 다채로운 구도로 배치되어 있어 관객들이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갤러리 예동
– 일시 : 2014. 11. 15 –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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