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화인에서 개인전을 갖는 윤진선 작가는 신라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부전공으로 칠공예를 이수했다. 이번이 다섯 번째 개인전인 작가는 2013년 대한민국 한국화대전 대상을 받아, 오는 12월 광주시립미술관에서도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작가는 한국화의 전통적인 기법(재료+표현)을 바탕으로 옻칠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난각(달걀과 같은 알 껍질을 이용한 작업) 작업을 특징으로 주 작업 매체로 사용한다. 난각 작업은 국내보다 국외에서 많이 하고 있는데 알 껍질로 작업 한다는 것은 보기보다 많은 수공이 들어간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다채로운 형상의 작품들이 세 개의 벽면에 전시되어 있다. 얼마 전 S갤러리 관장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갤러리 규모가 작을수록 작품 배열에 고민을 많이 합니다. 짧은 동선으로 감상의 강약을 조절하기란 쉽지 않죠. 그래서 갤러리에서 이루어지는 작품 전시 디자인도 하나의 예술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갤러리 화인은 전시장 내부와 외부를 효과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외부에는 2개의 공간에 작품을 전시하고 있고, 간단하게 작품을 소개하는 영상 모니터도 있어 호텔로비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작품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내부에는 조금 작은 공간이지만 단조롭지 않도록 특징별로 작품 주제에 맞게 전시되어 있다.
윤진선 작가의 작품 특징은 무엇보다도 난각과 옻칠을 이용한 작업일 것이다. 난각 작업에는 주로 흰 색의 달걀을 사용한다. 보통 작품 당 백 개 이상의 흰 달걀이 소요된다고 하니 작품 준비과정부터 예사롭지 않은 수고가 따른다. 더군다나 달걀껍질 사이로 반짝이는 옻을 입힌 형태는 독특한 색상과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글쎄요, 앞으로는 조금 더 어두운 곳에서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야외의 공공미술일수도 있고요, 아니면 시각장애인들이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일 수도 있을 겁니다. 제 작품은 촉감을 통해서도 잘 느낄 수 있죠. 캄캄한 곳에서 두 눈을 감고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시도 해 보고 싶습니다.』
전시장 불을 끄자 몇 작품에서 빛이 난다. 야광 처리를 한 작품의 한 부분이 어둠 속에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어두움 속에서 보이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윤진선 작가의 작품 특징인 것 같다. 작가는 이러한 어둠과 고요, 빛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작은 여행으로부터.. 나의 생활은 작업실과 집… 그리고 내 방.
어느덧 집에서 작업실을 오고 가고하는 시내버스 창밖 풍경이 나의 작은 여행이 되어버렸다. 밤하늘에 보이는 별 빛은 지금의 빛이 아닌 이미 지나간 과거의 빛이라고 한다. ‘그곳으로부터’ 작업에 담고 싶다. 복잡하고, 때로는 너무 많이 가득 차 보이나 그 곳에 고요함이 존재한다는 것을.. 밤하늘의 별빛처럼 이전의 빛을 모다 밤에도 또 다른 작품이 되어 또 다른 고요함을 느껴질 수 있게….』<작가 노트 중에서>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작가의 마음 속엔 ‘그 곳으로부터의 작은 여행’이 늘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여행은 설렘과 동시에 약간의 긴장감을 주며, 그 곳에서 바라 본 밤하늘은 고요함과 적막함이었을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감상을 작품 속에 넣고 싶어 했다. 어둠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촉각으로 느낄 수 있는 작가의 마음은 아직도 ‘A Little Trip form there…’ 이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화인에서 11월 30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갤러리 화인
– 일시 : 2014. 11. 24 –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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