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이 지나고 본격적으로 가을 정취가 느껴지는 날, 신진작가 2인展 소식을 듣고 해운대아트센터를 찾았다. 두 작가는 이번에 부산대학교 조형학과 석사 졸업을 앞둔 새내기 작가들이다. 갤러리에서 두 작가 중 한 명인 유박 작가를 만났다. 처음 몇 마디 대화를 나눌 때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는데, 본인이 중국인이라고 소개한다. 작가는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생활 7년차인 작가는 박사과정을 마치고 나면 중국으로 돌아가서 교편을 잡을 계획이라고 한다.
지승현 작가는 황동, 동, 은 등을 이용해서 식물이나 꽃의 형태를 표현 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A Thousand Winds’ 시리즈는 삼각 원통형 또는 자그마한 항아리 형태 위에 꽃을 얹은 듯한 작품이고 ‘꽃의 왈츠’는 은을 동그랗게 말아 종모양을 만들고 그 사이에 유기적으로 꽃이 피어난 듯한 형태를 하고 있다. ‘Sole Devotion’은 촛대의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작품들은 각 부분들이 밀접하게 관련을 엮고 있는 조형미를 추구한다.
『식물의 성장 과정에서 보여 지는 끊임없는 변화와 조화는 자연의 모든 생성 활동의 일부로 이 과정에서 보여 지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곡선의 유기적 형태들은 오묘하고도 신비로운 식물만의 매력이다. 이 과정이 우리의 삶과 닮아있다고 생각하며 삶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계획을 세우고 살아가는 인간의 능동적이며 적극적인 생동감을 표현하고자 한다.』<작가 노트 중에서>
유박 작가의 작품은 음양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사랑과 따스함을 표현하고 있다. 남녀를 상징하는 작품들은 두 작품이 한 세트로 구성된다. 특히 작가는 작품에서 실용성을 주안점으로 두고 있다. ‘사랑 이야기 Ⅰ’는 브로치 용도로 만들어 졌는데, 작품 중간에 남녀가 들어가 있다. 이 두 남녀는 이동이 가능한데, 서로 가깝게 붙일 수도 있고, 떨어뜨릴 수도 있다. 위치를 이용해서 두 남녀의 애정 상태를 표시할 수 있다. ‘사랑 이야기Ⅲ’에서는 오르골 형태이지만 움직여 보면 그렇지 않다. 유박 작가는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따뜻하게 감싸안다’라는 작품은 남녀가 안고 있는 모습을 추상적인 형태로 표현했는데 상단에 조명을 넣어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 외 향로나 촛대 기능의 작품들도 선보이고 있다.
『삶에 있어 희, 노, 애, 락은 인간이 삶의 경험을 통해 느끼는 본질적 감정이다. 인간이 느끼는 내면적 감정은 얼굴의 표정, 신체적 동작, 심리적인 특성 등으로 표현된다. 본인은 인간의 감정 중에서도 그리움, 서로 보살피는 마음, 믿음과 의지, 위로와 같은 감성을 금속조형으로 표현하였다. 서로 등을 기대고 있는 모습, 감싸 안는 모습 등은 보는 관객의 시선에 따라 남녀간의 사랑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아이를 보살피는 엄마의 따스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작가노트 중에서>
신진작가를 소개하는데 그동안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해운대아트센터는 이번 전시에 연이어 또 새로운 신진작가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전업 작가로 나서는 새내기 작가들에게는 큰 기회를 제공하고 부산 미술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거름을 바탕으로 부산에서 좋은 작가들이 계속 배출되기를 기대 해 본다. 전시는 11월 12일까지 계속된다.
– 장소 : 해운대아트센터
– 일시 : 2014. 11. 6 – 11. 12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