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진수展(TL갤러리)_141017

민락동에 위치한 TL갤러리에서는 표진수 작가의 조각전이 열리고 있다. 표진수 작가는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을 사용하여 작업하는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번 개인전 역시 ‘표피적 가로수’라는 부제로 스테인리스 작품이 주를 이룬다. TL갤러리는 그동안 공공미술과 공공디자인을 주제로 전시를 해 오고 있어 지역에서 특색 있는 갤러리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좌우로 스테인리스로 제작된 작품들이 배치되어 있다. 여러 비구상적인 작품들이 눈에 띄지만 그 중 전시장 중간쯤에 굵은 원통형의 기둥처럼 보이는 작품이 특이해 보인다. 2.8m의 직선 기둥처럼 보이는 이 작품 역시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졌는데, 약 5년간의 부식 기간을 거쳐 제작됐다고 한다. 스테인리스는 강철의 일종으로서 녹이 잘 슬지 않아서 일상생활에서 여러 용도로 사용하는 재질이다. 그러한 강철을 열과 산화 과정을 거쳐 부식을 하는 데 작가의 인내와 애정이 없었다면 쉽사리 다룰 수 없는 물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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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안 쪽 벽면에는 골드와 실버 색상을 띄는 스테인리스 평판 작품이 걸려있다. 스테인리스는 무게가 꽤 나가는 강철인데 벽면이 어떻게 그 무게를 견디는지 궁금했다. “이 작품의 경우 뒷면을 보면 그라인더로 많이 갈아 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콘크리트 벽면이 아니고서는 지탱하기가 힘듭니다. 그라인더로 이 정도 깊이까지 파내려면 그 또한 지난한 작업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스테인리스 스틸의 차갑고 인공적인 느낌은 도시와 닮았다. 이 도시적인 재료로 완성된 표인숙 작가의 작품은 재미있게도 나뭇결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인력이 아닌 시간의 힘을 빌림으로 반짝이는 저마다의 ‘나뭇결’이 되었다. 수년간 부식되어, 거울처럼 반사되는 성질을 잃은 표면은 모양뿐만 아니라 따뜻한 느낌 까지도 자연의 나무와 흡사하다. 숲 속 우거진 나무보다는 도시의 가로수와 같이 잘 다듬어진 나무와 닮았다. 작가와 재료는 살이 깎이는 고통과 긴 시간의 인내를 함께 견디며 가장 도시적인 재료로 자연을 쏙 빼닮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TL갤러리 강민경 큐레이터 평론 중에서>

작가는 2000년 PICAF 바다미술제 설치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해운대 백사장에서부터 바다에 걸쳐 수직으로 설치된 이 작품은 길이만 26m, 높이 1.2m, 두께 16cm의 대형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수직으로 세워져 벽면처럼 보여 지지만 하늘과 바다가 반사되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신비감 마저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작품을 제작할 때 작가는 큰 공장을 가진 회사를 찾아가 회장을 설득해서 공간을 빌려 겨우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대형 작품은 창고 보관 중 태풍으로 벽면이 무너지면서 파손되어 현재는 볼 수 없다.

전시장에 있는 작품들은 비록 강철로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딱딱하거나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랜 부식으로 표면이 거칠한 점도 있겠지만 강민경 큐레이터의 설명처럼 나뭇결을 가진 나무와도 비교가 될 수 있겠다. 긴 세월을 보내 온 나무처럼, 작가는 한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수년의 작업 기간을 거쳐서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 작품을 나무와 나뭇잎으로 은유되는 표진수 작가의 각 작품들은 찬찬히 시간을 두고 음미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전시는 TL갤러리에서 11월 4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TL갤러리
– 일시 : 2014. 10. 17 –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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