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정 작가는 현재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로서 국내에서 널리 알려지진 않았다. 작가는 갤러리 옵시스 아트 전속 작가이기도 하다. 40대 초반인 작가가 어떻게 국내 갤러리 전속 작가가 됐으며 이번 부산 전시까지 하게 됐는지, 가을 정취가 가득한 주말, 마린시티에 있는 갤러리 서린 스페이스를 찾았다. 해운대는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이라서 국내외 관광객 인파로 북적거리고 있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사방 벽면에서 도시와 동물이 한 화폭 안에서 강한 느낌을 뿜어내고 있다.
도시와 동물.
작품 속 동물은 소, 얼룩말, 호랑이, 표범과 같이 비교적 덩치가 큰 동물들이다. 작가는 수직 또는 수평을 분할하는 독특한 기법으로 강한 대비를 이끌어 낸다. 도시의 거리 옆에는 표범의 눈빛이 번득이고 아래쪽에는 산양이 슬픈 눈빛으로 그려져 있다. 빠른 속도감의 구성으로 긴박하거나 위기의 느낌을 나타내기도 한다.
“뉴욕에서 전도사로 종교인의 길을 걷던 구본정이 작가로 변신했습니다. 현재 뉴욕에서 거주하는 작가는 월스트리트가의 적자생존을 그려 내고 있습니다. 세계경제의 중심이자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그 곳에서 작가는 예술적이거나 경제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종교적인 느낌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오만과 편견’입니다. 동물을 통해 풍자하고 있는데 이 안에서 인간들은 생존이 걸려있는 삶 속에서 자본주의와 인간들에게서 서로 오만하고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강렬한 이미지로 인상적인 작품이 가지고 있는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갤러리 서린 스페이스 서지연 대표의 설명이다.
같은 화면 안에서 산양은 무서운 표정으로 앞에 있는 사자를 노려보고 있다. 반면 사자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산양을 바라본다. 인간의 삶과 다를 것이 없다. 힘이 약한 인간은 어깨에 힘을 주고 약한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힘이 있는 인간들은 표면적으로 부드럽거나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인간의 이러한 속성을 동물에 빗대어 그려 넣은 것은 습관처럼 비굴해지는 약한 인간들에게, 또는 강한 인간들에게 작품을 통해 정곡을 찔러준다. 작가는 그의 작품을 통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수컷이 가진 허세가 단지 우스꽝스러운 게 아니라 숙연함으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더 확장하면 생존을 위한 처절함이랄까요? 특히 제가 살고 있는 뉴욕의 환경을 보다보니 인간의 모습은 모두 다르지만 생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똑같다고 느꼈습니다.”
작품은 독특하게 캔버스가 아닌 합판 위에 그려져 있다. 작가는 합판 위에 유화 물감을 얇게 바른 다음 물기가 없는 마른 큰 붓으로 물감의 입자를 골고루 부드럽게 스며들도록 세밀하게 작업을 한다. 그 과정 속에서 물감은 합판의 표면에 스며들면서 광택이 나는 효과를 나타낸다고 한다. 작가는 일찍이 아이콘 시리즈를 작업하다가 3년 전부터 월가를 빗대고 있는 ‘오만과 편견’시리즈를 작업하고 있다. 인간 본성에 내재되어 있는 욕망에 대한 그의 이야기는 다음번에 어떻게 전개될지 자못 궁금하다.
갤러리 서린 스페이스가 개관 2주년이 됐다. 작가를 섭외하고, 팸플릿을 만들고, 홍보하고, 전시 및 판매를 하는 하나의 사이클을 매월 반복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갤러리 서린 스페이스가 그동안 보여준 열정과 문화 수호자로서의 활약을 응원하며 앞으로의 전시도 기대가 된다. 이번 구본정 작가의 전시는 10월 말까지 이어진다.
[서린 스페이스 2주년 전시영상]
– 장소 : 갤러리 서린 스페이스
– 일시 : 2014. 10. 1 – 10. 31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