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시티에 위치한 갤러리 예동에서는 독일 조각가 클레멘스 하이늘(Clemens Heinl)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군데군데에 그룹으로 조각상들이 놓여 져 있다. 그들 사이에는 조각 목화(木花)도 여러 점 놓여 져 있다. 나무를 깎아서 만든 조각상들은 표면이 거칠고 대부분 서 있는 형태이며 어디론가 유심히 쳐다보고 있는 모습들이다. 조각상들이 걸치고 있는 패션도 다양하다. 노란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캐주얼한 조각상, 코트를 입고 있는 흑인상, 원피스를 입은 주부, 나체의 입상(立像)도 여럿이다.
“클레멘스 하이늘은 커다란 전기톱을 이용해서 작품을 만듭니다. 인체의 부분을 붙이는 작업이 아니라 큰 통나무를 잘라내면서 작품을 만듭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은 대부분 목작품이지만 얼굴 부분에 브론즈를 넣은 작품도 있고 올 해 작품 중에서는 석상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작가는 독일의 보데(Bode) 갤러리와 협업하여 세계적으로 전시를 하고 있는데, 보데 갤러리는 우리나라에도 진출 해 있습니다. 부산에서는 첫 전시인 셈입니다.” 갤러리 예동 손옥규 실장의 설명이다.
군상들을 살펴보면 모두 어디론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손옥규 실장의 설명처럼 큰 전기톱이라면 얼굴의 형상이나 눈코입의 디테일한 부분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군상들의 어깨와 가슴 등은 큰 톱으로 거칠게 파헤쳐져 있다. 군상의 얼굴 표면 위로 거친 붓으로 눈썹과 눈의 형태를 그려 넣었을 뿐인데 군상들은 어디론가 응시하고 있으며 그러면서도 아주 자연스러운 형태를 갖추고 있다.
안토니아 린트너(Antonia Lindner M.A.)는 작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상향이라는 것이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인간은 그 이상향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하이늘의 조각을 그러나 이상을 추구하고자 하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롭다. 우선 그가 표현한 조각은 실제의 모습을 많이 닮아 있다. 그는 초상화라는 단계를 염두하고 작업을 한다. 그에게 있어 초상화, 즉 인간의 실제 모습을 완벽히 재현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이늘은 인간의 이상향을 묘사하는 대신, 그의 조각을 통해 인간의 육체를 있는 그대로 전하기 때문이다. 그의 조각을 보고 있노라면 타인의 몸과 자신을 비료하며 생기는 자기 신체에 대한 불만족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물론 이 조각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인간의 신체를 분석하고, 외형을 바꾸고픈 욕구와 이상향을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하이늘은 개인이 지닌 미의 존재를 조건 없이 수용하여 조화시킨다.』
목작품 중 신체의 일부분이 갈라져 있는 작품이 보인다. “그럴 수 있습니다. 나무의 특성상 습도나 온도에 반응하면서 일정 부위에 균열이 있을 수 있지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컬렉터들도 이해를 합니다. 벌어진 부분은, 또 시간이 지나면 좁혀지거나 붙기도 하지요. 이 또한 작품의 일부입니다.” 손 실장의 설명이다.
전시장에 있는 여러 작품들은 유럽 스타일(외형 등을 봐서는)처럼 보이지만 자연스럽고 친근감이 느껴진다. 클레멘스는 젊은 시절 의수족 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고 한다. 단순한 취직이 아닌 그 곳에서 인체의 형태와 비율, 자연스러운 관절의 움직임 등을 배우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정식 오픈을 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소문을 통해 여러 작품이 새로운 컬렉터를 찾아갔다. 요즘처럼 미술시장이 불경기인 시기에 희소식이다. 컬렉터들이 국내, 특히 지역의 작가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클레멘스 하이늘 전시는 10월 31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갤러리 예동
– 일시 : 2014. 9. 20 –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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