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막바지에 갤러리 서린스페이스는 다음 전시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앞 전시 때 생긴 못자국은 표시나지 않도록 깔끔하게 메우고 새 작품들은 받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올린다. 일부 벽면에 붙이는 작품과 백자함 도자 작품들은 비율과 균형을 맞춰 배치하고 어느 벽면 하나 허전함이 없도록 구성을 맞춘다. 갤러리 큐레이터들은 이런 부분에 전문가들이지만 혹여 조금이라도 실수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한다. 작품 배치가 끝나면 마지막으로 조명을 조정한다. 특히 입체 작품은 작품 그림자의 방향이나 세기 등을 고려하여 각 조명을 세심하게 조정한다. 특히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 특징과 이전 전시 때의 경험 등을 동원하여 디스플레이를 한 번 더 확인한다. 갤러리 서린스페이스를 방문 했을 때는 이 모든 과정이 거의 끝나고 있었다.
김은주 작가는 부산 태생이며 서울에서 대학을 다닌 후 주로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번이 6번째 개인전인 작가는 일본 동경에서의 개인전 외 오사카에서 현대도예전에 초대를 받는 등 해외에서의 활동도 꾸준하다. 이번 부산 개인전에서는 백자투각함을 주로 선보이고 있다. 전통 목가구의 형태를 띤 작품의 외벽에는 모란, 벚꽃, 연꽃 등의 당초(덩굴무늬)가 새겨져 있으며 각 이음새 부분에는 경첩도 표현되어 있다. 작품으로서의 아름다움 뿐 아니라 어떤 작품은 향로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실용성도 갖추고 있다.
작품은 흙으로 빚은 후 주로 가스 가마에서 굽는다고 한다. 초벌의 경우 전기 가마도 가능하지만 백토가 푸른색을 띠기 위해서는 가스 가마가 필요하다고 한다. 일반 도자기 작업에 비해 어려운 점은 자기를 구운 후 접합부분이 잘 갈라지곤 한단다. 작가는 작품 속 형태를 만드는데 있어서 붙이는 작업이 많다. 물레에서 하나의 형태로 만들어지는 통으로 된 자기에 비해 몇 군데를 붙여서 만든 작품들은 초벌이나 재벌 이후에 갈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온전한 작품으로 탄생하는 작품의 개수가 적어서 작품 하나하나에 애정이 더 묻어 있다.
『백토로 판 성형한 크고 작은 백자함은 전체적으로 전통목가구와 금속장식품, 도자공예가 지닌 요소들로 혼합되어 화려하면서도 투박한 맛을 담고 있다. 하나씩 그 특징들을 찾아 살펴보면 재미가 쏠쏠하다. 전체적인 중심을 잡고 있는 묵직한 사각형의 몸체는 위 뚜껑과 아래통의 다양한 비례의 변화로 형태를 변형하거나 쓰임을 고려하는데 중점이 된다. 여기에 시원하게 뻗은 긴 굽이나 작은 상다리의 모습을 닮은 굽이 붙어있는 것을 보니 마치 하나의 전통 목가구를 변화시켜 부드럽고 따뜻함을 가진 백자함으로 탄생시킨 듯 느껴진다. 또한 전통가구를 견고하게 만드는 금속제 장식인 경첩이나 단순화된 자물쇠모양이 덧붙인 점이 눈에 띄는데, 이는 백자함을 구성하는 장식뿐 아니라 앞뒤구분을 가능케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작가 노트 중에서>
김은주 작가의 백자투각함 작품들은 한마디로 단아하다. 옅은 푸른빛을 띤 전통목가구 형태의 백자는 표면에 새겨진 각 꽃의 의미처럼 단아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부귀를 뜻하는 모란이나 맑은 본성을 유지하는 연꽃처럼 전통목가구 형태 위에 새겨진 각 꽃말들은 각 가정에서의 행복과 건강을 염원하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것들일 것이다. 전통적인 것에 대한 현대적인 시각과 재구성의 요소가 돋보이는 이번 전시는 갤러리 서린스페이스에서 9월 25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갤러리 서린스페이스
– 일시 : 2014. 9. 11 –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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