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展(에스플러스 갤러리)_140828

1967년 미국 심리학자 제임스 베드퍼드(James Hiram Bedford)가 최초의 냉동인간이 된 후 현재까지 400여명이 냉동인간 상태로 보존되어 있다. 하지만 그 중 아직 깨어난 사람들은 없다. 영하 196℃의 액체질소 속에 냉동 보존 된 사람들은 현재 이 시간도 삶과 죽음의 불확실한 상태로 있는 것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어마 어마한 무게 속에 갇힌 이들은 과연 삶의 해동을 맞이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만약 깨어났을 때 가족과 친구들도 모두 사라져 버린 현실을 감당할 수 있을까? 삶의 연장이 낳은 후유증은 현재의 사회뿐 만 아니라 해동에서 깨어난 인간에게도 엄청난 가치관 혼란을 야기 할 것이다.

해운대 달맞이고개에 있는 에스플러스 갤러리에서는 8월 28일부터 박성민 작가의 ‘아이스 캡슐-상상의 산물’展을 진행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에서 얼음 속에 묻힌 과일과 식물들은 너무 싱싱해 보인다. 하지만 그는 작품을 통해 삶과 죽음을 교차시키고 현대인의 정체성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박성민 작가는 2002년부터 얼음 속 과일과 식물을 그린 ‘아이스 캡슐’ 연작을 발표하고 있다. 타임캡슐과 같은 얼음 속 식물들을 통해 작가가 말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전시 오픈식 날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아이스 캡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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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작업은 얼음을 중심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얼음이라는 소재는 생명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또 희망을 이야기 합니다. 생명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얼음 속 식물이 우리가 보호해야 할 자연이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생활 문제에서 각 개인의 정체성을 대변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얼음은 삶과 죽음을 동시에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과학이 발달하기 전에는 얼음에 갇힌 것은 죽음이었습니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한 이후 얼음은 생명을 영원히 보존할 수 있으며 얼음 속에서는 갇힌 몸이지만 얼음 밖에서는 삶의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15점의 최신작을 전시하고 있는데, 각 작품들은 너무도 극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작가는 작품을 그릴 때 사물을 직접 보고 그리지 않는다고 한다. 상상으로 식물을 생각하고 얼음의 녹는 부분도 실제와는 조금 다르게 그린다고 한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사각형이라는 정형화된 작품이 아니라 과일이나 줄기의 형태대로 오려져 작업되어 있다. 작가는 알루미늄 판을 도자기나 식물(망개나무, 블루베리, 딸기 등)의 형태대로 자르고 그 위에 페인팅을 한다. 마감처리는 바니시(varsish)로 보호막을 입혀서 완성한다.

『박성민의 그림에는 비록 싱싱해 보이지만 토양으로부터 분리된 식물이나 곧 놀아버릴 얼음이 그러한 인생무상이라는 메시지와 관련된다. 그의 작품 속 자연은 고전적인 정물화, 즉 ‘natura morta(죽은 자연)’에서 재현되곤 하는 대상, 가령 해골이나 촛불 같은 도상들보다 지속시간이 더 짧을 것이다. 더 빠른 생활주기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처럼 말이다. 그의 그림에서는 능란한 솜씨가 산출한 시각적인 향연 속에서, 가장 생생한 순간에 틀 지워진 상태로 응결되고, 이내 사라져야 하는 현대인의 삶의 패턴을 읽을 수 있다. 한편 내용물이 스러져도 굳건히 시간의 흐름을 견뎌낼 법한 단단한 용기(容器)들은 무상함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켜낼 예술의 위상을 예하는 듯하다.』<이선영 평론 중에서>

박성민 작가는 인터뷰 도중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강조를 한다. 특히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간과 누구의 명령에 의해 살아가는 인간을 비교해서 과연 어떤 삶을 지향해야 할지에 대한 메시지도 던지고 있다. 아이스 캡슐은 생명체의 절정의 순간을 멈추고 연장하려 하지만 얼음 역시 일시적인 것이라서 자연의 파괴와 보존이 위태로움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작가의 설명을 듣는 도중 현실의 삶과 우리 사회를 뒤에서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손을 떠 올려본다. 그런 환경 속에서 우리는 얼마만큼 올바른 균형감과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작가는 다시 묻는다. “얼음 속 식물은 죽은 것일까요, 산 것일까요?” 삶과 죽음 사이에서 예술을 말하고 있는 박성민 작가의 ‘아이스 캡슐’展은 10월 12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에스플러스 갤러리
– 일시 : 2014. 8. 28 –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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