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미포오거리에서 달맞이길로 들어서면 몽마르트르 갤러리가 먼저 보이고 조금 위에 해운아트 갤러리가 있다. 올 해 4월 오픈을 한 곳이라서 아직 널리 알려지진 않았다. 갤러리에는 바닷가 쪽으로 넓은 테라스가 있어 소나무 숲 사이로 해운대 바다 풍광을 보면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는 곳이다. 이순남 관장은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다양한 기획전을 계속하고, 창의력이 돋보이는 신진작가에게도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겠습니다.”라고 갤러리 소개를 한다. 특히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정시윤 큐레이터가 최근 합류함으로써 앞으로 다양하고 활발한 활동을 기대 해 본다.
정시윤 큐레이터는 이번 기획을 준비하면서 해운아트 갤러리의 분위기와 닮은 바다를 그리는 작가를 먼저 떠 올렸다고 한다. 그러면서 대구에서 활동하며 강과 바다를 그리는 안광식 작가를 생각하게 됐다. 안광식 작가는 부산에서의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고 주로 서울 쪽에서 개인전이나 각종 아트페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초대되어 갤러리에 와 보니 자신의 그림에 등장하는 바다와 어울리는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서 잘 조화가 되는 것 같다고 밝힌다.
안광식 작가의 작품에는 강이나 바다, 꽃, 돌, 나비 등이 등장한다. 잔잔하게 흔들리는 강물 위에 빛의 방울들이 그려져 있다. 이러한 방울을 그리기 위해서는 6~7번의 붓 칠을 한다고 한다. 엷게 몇 번씩 포개어 그려진 빛 방울은 약간 투명하면서도 가장자리로 갈수록 살짝 진해진다. 작품 속 꽃은 현실에서의 실제 꽃은 아니다. 작가가 실제 대상을 보고 그리진 않고 아련한 기억을 더듬어 느낌을 표현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 지고 순화되며 치유된다. 일부 작품에서는 비현실적인 돌과 꽃이 그려져 있어 자연의 순수성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
류석우 미술평론가는 안광식 작가의 작품을 풍경화이면서도 초현실주의 계열로 분류하는데 “물결은 보이지 않는 길이고, 삶과 만남의 시간이 녹아있는 현장이다. 그렇게 그는 물과 하늘의 단순한 풍경을 통하여 깊은 인생을 이야기 한다. 거기에 사랑이 이입되면서 그의 화면은 우리를 환상의 세계로 침잠시킨다.”라고 설명한다.
『그리움을 그린다.
-초여름 늦은 오후 개망초 꽃이 펼쳐진 언덕길을 오르다 아스라이 펼쳐진 강가에 앉아 발아래 떨어진 돌멩이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유년시절의 자연에 관한 기억들, 아련하고 몽환적인, 어렴풋한 기억들의 자연은 사색들로 그려지다 멈춘다. 말없는 자연은 기억으로 남고 그 기억을 쫓아 나선다.
꽃과 나비, 스쳐 지나치는 자그마한 돌멩이, 반짝이는 햇살위로 일렁이는 물결, 그 속에 흔들리는 나무. 빛을 따라 그리움을 그린다. 그리고 흐릿한 기억으로 나를 찾는다.
관객으로 하여금 자연에서 느끼는 마음의 정화와 정적인 고요, 그리움을 바라며 반복해서 비워내고 버릴 수 있는 장치가 되었으면 한다.
나는 또 다른 무언가를 기억하며 그 기억들을 다시 기억한다.』<작가 노트 중에서>
잔잔하게 빛을 받고 있는 물결의 미묘한 움직임, 꽃들마저 멈춘 듯한 고요함, 멀리 보일 듯 말 듯 한 배경들. 안광식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평안을 주기를 바란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그리움을 그리는 작가의 작품과 함께 아련한 추억을 되살리는 시간을 해운아트 갤러리에서 느껴 보기를 추천한다. 이번 전시는 9월 3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해운아트 갤러리
– 일시 : 2014. 8. 27 –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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