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아트센터에서는 경쟁적인 상품들을 재미있게 차용한 송현철 작가의 ‘The Hero-Necessary Evil’展이 열리고 있다. 작가는 3M스카치와 록타이트401, 삼다수와 에비앙, 요구르트와 캡슐요구르트, 갤럭시와 아이폰, 로케트 배터리와 에너자이저 배터리 등을 FRP라는 소재를 이용하여 로봇 형태로 작품을 만들었다. 작가는 이러한 경쟁관계에 대해 “라이벌 관계에 있고 서로 경쟁하는 사이지만, 서로의 발전을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이번이 세 번째 개인전인 작가는 각종 미술대전에서 수상했고 여러 단체전에서 활발하게 작품 발표를 하고 있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알록달록한 색상의 로봇들이 관객들을 반긴다. 각 로봇들은 원기둥 모양을 기본으로 하여 휘거나 찌그러트려진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어떤 로봇은 서로 싸움을 하듯 붙어 있고 어떤 로봇은 멀리 떨어져 있는 로봇에게 포즈를 취하거나 손가락 욕을 보내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은 일종의 경쟁사의 제품으로서 구성되었다. 가령 갤럭시와 아이폰을 보면 로봇의 각 부분들이 핸드폰을 변형해서 기본 형태를 구성하고 현실에서의 경쟁처럼 로봇들이 공중에서 주먹을 휘두르고 있다. 그 주먹 역시 핸드폰의 형태이다.
『선의의 경쟁자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서로의 발전을 위한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는 촉진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작품의 소재 및 물성의 대립 구도를 통해 현대사회의 살벌한 경쟁구조의 무게를 풍자한다. 그 무거움은 조형적 아름다움으로 다시 현실을 환기시키며, 나와 우리의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풀어가게 된다.』<작가 노트 중에서>
작가는 로봇 작업에 유리섬유강화 플라스틱(FRP)이라는 소재를 사용한다. 먼저 흙을 이용하여 기본 형태를 만들고 석고로 틀을 만든 다음 FRP를 부어서 형태를 만든다. 사포질과 컬러링을 하기 위해서는 또 오랜 시간의 수공이 들어간다. 작가는 작품 컬러링을 위해 자동차용 페인트를 사용한다고 한다. 자세히 보니 반짝 거리는 펄도 많이 들어간 것 같고 표면도 미끈하다.
작가는 로봇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어려서부터 ‘로봇’ 이라는 존재는 우리의 마음속에서 ‘영웅’으로 인식되게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에게 세뇌되어져 왔다. 어린 시절 나의 기억 속에서 TV나 만화에서 등장하던 로봇들은 시종일관 화려하고 웅장하며 멋진 모습의 생김새들이었던 것으로 기억 된다.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조종하고 소유 할 수 있는 막연한 꿈같은… 나에게 있어 ‘로봇’은 그렇듯 영웅이자 꿈이며 이룰 수 없는 신기루 같은 존재였었고 그 이미지는 아직까지도 내 맘속에 깊이 각인되어져 있다. 하지만 나의 작품에 나타나는 ‘로봇’은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고 특별하지도 않은, 일상적인 요소들의 조합을 통해 이루어진다.”
송현철 작가는 작품을 결코 심각하거나 심오하게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어린 아이들도 보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작가의 이러한 동심의 발로는 어른들조차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요인이 된다. FRP 작업은 사이즈가 조금 커지면 작업 시간이 많이 길어지는데, 작가는 다음 전시 때는 조금 큰 사이즈의 작품도 만들고 싶다고 한다. 2009년도 아트팩토리 인 다대포와 2010년도 개인전에서는 ‘The Hero’, 2011년도 개인전에서는 ‘Transform’ 그리고 필요악의 경쟁 제품을 도입한 이번 전시까지 흥미로운 전시를 이어나가고 있다. 송현철 작가의 다음 전시를 기대 해 본다.
– 장소 : 해운대아트센터
– 일시 : 2014. 8. 21 –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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