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이동문 사진작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국내외에서 주목 받고 있는 작가입니다. 한 번 보시죠…”
토요일 오전, 부산 금정구 회동동에 있는 예술지구_p로 향했다. 정말 오랜만에 찾은 동네다. 일방통행 길도 그대로다. 작년 말에 개관한 예술지구P에 대한 소식들은 여러 매체를 통해 듣고 있었지만, 직접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이동문 사진작가는 이곳에서 ‘사진미디어공간 포톤’을 운영하고 있다.
예술지구_p는 욱성화학이라는 민간업체에서 시설과 경비를 지원받아 운영하고 있다. 건물 내에는 공연장을 운영하는 ‘금사락’, 사진작가를 위한 전시/연구 기관인 ‘포톤’, 상주 예술가 지원을 위한 ‘창작공간_p’ 등 세 운영단체가 있다. 금사락은 지난 4월 가수 전인권을 초청하여 공연을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창작공간_p에 상주하고 있는 작가 중에는 얼마 전 취재를 했던 성유진 작가도 입주 해 있었다.
사진미디어공간 포톤에서는 이번에 조습 사진전을 기획했는데, 이동문 작가가 총괄 기획을 맡았다. 현재 제주도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를 대신해서 이동문 작가가 작품 설명과 인터뷰를 응해줬다. “내일(7월 27일)은 한국전쟁 휴전협정이 체결된 지 61주년 되는 날입니다. 한 마리의 학으로 분신한 작가가 작품의 여기저기에 등장합니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비무장지대라는 현실적 또는 이념적 공간 속에 당시 군인일 수도 있는 사람들, 혹은 피난민들, 혹은 아직도 그곳을 떠돌고 있는 영혼일 수도 있습니다. 작가는 이러한 냉엄한 분위기 속에서 인상 깊은 장면들과 해학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40여점의 조습 작가 작품은 ADP 1관과 2관 두 군데서 볼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검은 배경에 조명을 이용하여 찍은 자연물이나 인물이 눈에 쏙 들어온다. 특히 낡은 군복을 입은 인물들의 표정이 재미있다. 전시명 ‘일식’에서처럼 어두운 공간적 배경 속에서 여러 인물들은 빨래를 하고 물고기를 잡고 수박을 서리하기도 한다. 간혹 한 마리의 학이 쓸쓸하게 비무장지대를 거니는 장면들도 있다. 전시설명을 보면 ‘비무장지대에 가게 된 학과 그 친구들’이란 설명이 있다.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공포 속에서 천연덕스럽게 꽹과리를 치고 태평소를 부르는 나약한 인간과 그러한 인간을 관조하는 학을 통해 분단의 고통을 되짚어주고 있다.
『나의 작업은 후기자본주의의 현실 속에서 주체의 이성적 응전이 불투명해지는 지점에서 출발한다. 나는 이성과 폭력, 논리와 비약, 비탄과 명랑, 상충되는 개념들을 충돌시키면서 현실의 이데올로기에 구멍을 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 충돌지점에서 뜻밖의 만나게 되는 아이러니한 주체에 대한 이야기이다. 유쾌하면서 불온한 상상력을 통해 내가 연출하고 있는 것은, 이성적 주체의 안락한 유토피아가 아니라, 상호 이해의 저편으로 건너가기 위해 가로 질러야만 하는 어떤 불모성에 대한 것이며, 그 불모성 속에서도 꿈꿔야 하는 새로운 주체이행과 공동체에 대한 것이다. 』<작가노트 중에서>
조습 작가는 2002년 ‘습이를 살려내라’와 2005년 ‘5.16’이란 작품을 통해 현대사의 왜곡된 부분을 희화화 하여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현재는 제주도에서 제주4.3을 주제로 작품을 준비 중에 있다. 작가는 또 어떤 블랙유머로 관객들의 주목을 받을지 궁금해진다. 이번 전시는 8월 14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예술지구_p
– 일시 : 2014. 7. 16 –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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