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을 들어서니 평소보다 조금 어두운 조명 아래 몇 몇 작품들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입구에는 황선태 작가의 작품들이 벽면에 붙여져 있고 안쪽에는 김병주 작가의 3차원 조형물이 눈에 띈다. 두 작가의 작품 형태는 전혀 다르지만 작품에 빛이 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어떻게 보면 마치 한 작가가 만들었다고 해도 될 만큼 분위기는 닮아 있다. 시원한 바다가 훤히 보이는 에스플러스갤러리에서 ‘선으로 공간을 그리다’라는 전시 제목처럼 빛, 선, 공간을 이용한 흥미 있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작가 모두 서울 쪽 작가라서 평일에는 만나기 힘들었다. 대신 박효정 큐레이터의 자세한 설명과 인터뷰를 화면에 담을 수 있었다. 황선태 작가는 유리 표면에 이미지를 프린트 한 후 뒷면에 LED 조명을 넣는 작품을 선보였다. 부분적으로 빛이 통과하는 양을 조절하여 마치 현실 속 공간과 같은 빛과 그림자를 표현하고 있다. 어떤 작품은 은은한 빛이 연출되기도 하는데, ‘공기가 흐르는 방’이란 작품에선 창을 통해 들어온 강한 빛이 방 안의 한 부분을 훤히 비춰주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작품에서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에서 느껴지는 실내 풍경과도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된다. 아마도 창문으로부터 드리워진 빛과 그림자를 통해 사물과 공간 자체를 은근히 두드러지게 하는 효과 때문인 듯싶다. 물론 기본적인 접근은 차이가 있겠지만, 창문으로부터 실내를 드리우는 빛이라는 설정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게 되는 것 같다. 여기서 외부의 빛이 들어오는 창문의 설정은 중요한 의미를 획득한다. 시대마다 달리하는 것이겠지만, 저 창문을 통해 우리는 세상과 교유해 왔다. 다만 이전의 창문의 역할이 인간의 외부 세계 인식을 위한 메타포로 설정되는 일이 많았다면, 다시 말해 가시적인 세계를 향한 인식의 틀로 설정된 반면, 작가의 작업에서 창문은 사물 자체의 존재감을 간접적으로 드리우는 매개의 역할로 맥락화 되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민병직 평론 글 중에서>
김병주 작가는 이번 전시에 두 종류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원근법 효과가 있는 격자 위에 빛을 받는 선과 그림자가 만든 작품이 있고, 또 하나는 2차원적 얇은 철근을 이용해서 마치 도시속의 건물과 도로의 형태를 띈 ‘From the spot’이란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박효정 큐레이터의 설명에 의하면 작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닫혀있는 공간에 대한 궁금증에서 작업이 시작됐다고 한다. 그래서 공간을 보여주는 작업을 시작하게 됐고, 그 공간들의 경계에 주목하게 됐다고 한다. 2차원적인 선들을 무수히 겹쳐서 3차원적인 구조물로 만든 김병주 작가의 작품 역시 빛으로 인한 그림자를 통한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선으로 연결된 김병주의 작품은 조명의 빛을 이용해 구조물의 연장선인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그림자는 구조물 안에 갇혀있던 이미지를 외부로 확산시켜 사람들의 시선을 이동시키게 되는데 관객들은 이를 통해 또 다른 공간의 확장을 경험하게 된다. 건축물을 재현하는 선의 연결이 오브제에서 갤러리 공간으로까지 확장되면서 존재하는 모든 공간이 작가의 작품 안에 들어오게 된다. 즉, 김병주의 작업 속에서는 어떤 것을 규정짓거나 한정 지을 수 있었던 경계의 의미 자체가 모호해진다. 또한 구조물의 그림자는 관객들의 이동과 위치에 따라 이동하게 되는데 이러한 움직임은 개인과 조형물을 이어주는 상호관계를 가지게 되는 새로운 연결을 만들게 된다. 이는 구조물과 그 것을 둘러싼 모든 공간, 그리고 그 곳에 포함된 사람들의 움직임까지 연결성을 갖게 되면서 모든 경계가 해체되고 그의 작업은 무한으로 증식하게 된다. 』<이유영 평론 글 중에서>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을 빛과 그림자를 통해 묘한 공감각을 연출하고 있는 황선태 작가의 작품과 스틸을 이용한 설치, 부조작업을 통해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경계를 허물고 공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보여준 김병주 작가의 이번 전시는 8월 24일까지 에스플러스갤러리에서 계속된다.
– 장소 : 에스플러스갤러리
– 일시 : 2014. 7. 15 –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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