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시티에 있는 갤러리 아리랑은 그동안 굵직한 전시들을 기획 해 왔다. 얼마 전 갤러리로부터 가구展 전시소식을 연락 받았다. 부산에서는 달맞이 언덕에 있는 에스플러스 갤러리에서 몇 차례 인상 깊은 가구展을 진행 한 적이 있었다. 갤러리 아리랑은 이번 전시를 위해 9명의 작가들을 초대했는데 작품 수가 많아서 1부와 2부로 나누어 전시한다. 참여한 작가들은 김소현, 박보미, 박진일, 서정화, 소은명, 양승진, 이삼웅, 캄캄, 모노컴플렉스 등 30대 초중반의 작가들이다. 캄캄과 모노컴플렉스는 팀 이름이다.
갤러리 아리랑은 이번 전시를 ‘쉬운 예술을 보여 주자’라는 콘셉트로 설정했다. 그 중에서도 실생활에서 늘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인 가구를 선택했다. 예술가구는 기능성을 목적으로 대량 생산되는 가구와는 구별되며, 그 자체의 조형미와 그 속의 의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가구 아티스트 외 성유진 작가의 부드러운 조각,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토니비라몬테스(Tony Viramontes), 판화에서 조각까지 광범위한 작업을 아우르는 미국의 현존하는 대표 팝아트 작가 짐다인(Jim Dine), 일본의 야요이쿠사마(Kusama Yayoi), 나라요시토모(Nara Yoshitomo), 무라카미 다카시(Murakami Takashi)의 예술작품과 아트상품까지도 한 공간에서 볼 수 있다.
이삼웅 작가는 옥토퍼스 시리즈로 유명하다. 자개를 이용해서 한국 전통을 현대적인 상상력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자개는 진주를 만드는 조개의 패로 진주와 같은 성분을 가진 물질이다. 그래서 자개는 보석과 같은 화려한 모양이 독특하다. 박진일 작가는 철제 의자, 선반 등을 철사와 같은 굵은 선을 이용해서 표현하고 있다. 그의 작품의 모티브는 스케치이다. 작가는 스케치에서 그려진 선들을 그대로 실물로 옮겼는데 의자에 앉아 있으면 마치 그림 속에 앉아 있는 느낌을 준다. 서정화 작가는 머티어리얼 콘테이너(Material Container)라는 제목의 작품을 보여준다. 다양한 소재의 감각을 가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알루미늄 의자와 앉는 부위에 돌로 처리한 것들이 독특하다.
박보미 작가는 선반, 스탠드, 촛대 등을 흐릿한 느낌의 철을 이용한 작품을 보여준다. 멀리서 보면 흐릿한 형태로 존재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여러 굵은 철사들로 이루어졌다. 작가는 이러한 형태의 작품을 시간의 흔적이 흩어진 기억의 잔상이라고 설명한다. 소은명 작가는 실용적인 선반을 선보였다. 여러 형태로 조립이 가능한 굵은 통나무 선반 위에는 고정된 의자가 있는데 이 의자에 앉으면 밑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숨겨진 차원을 발견하게 된다.
양승진 작가는 실제 풍선에 에폭시를 입혀 의자를 만들었다. 에폭시를 여러 차례 덧칠을 한 의자는 성인 남자 2~3명이 앉아도 충분히 지탱할 수 있는 견고성을 가지게 된다. 작품 제목은 ‘Blowing Series’이다. 캄캄은 양모를 이용한 가구가 주를 이룬다. 재미있는 것은 가구와 의복의 결합이라는데 있다. 즉 마치 가구에 옷을 입힌 것 같은 형태이다. 물론 실용성도 유지하고 있다.
동백섬이 가까이 보이는 갤러리 아리랑은 그동안 독특한 전시를 해 왔다. 그래서 한 번 방문 한 관객들은 다시 찾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단순히 위치적 또는 규모가 크다는 것 보다는 그동안 보여 왔던 기획의 결과다. 갤러리의 기획력과 톡톡 튀는 젊은 작가들이 어울려 만들어 낸 이번 전시는 7월 26일까지 이어지고, 7월 28일 부터는 2부 전시가 시작된다.
– 장소 : 갤러리 아리랑
– 일시 : 2014. 6. 28 – 7. 26(1부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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