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푸름 작가가 좀 더 다양한 이야깃거리로 관객을 만난다. 페인팅, 영상, 설치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어촌 ‘기장’의 분위기를 흠뻑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시장 바닥 여기저기에 놓여 져 있는 플라스틱 소쿠리와 벽면에 붙어 있는 큰 원의 작품은 작가가 가지는 감정의 크기와 관객이 느끼는 감상의 크기를 시각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차푸름 작가는 2013년에 갤러리 아트숲에서 신진작가 지원展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해운대아트센터는 갤러리 중에서도 적지 않은 공간인데, 개인전으로서는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장 안 쪽에는 배가 들어오는 포구와 부둣가의 생활상을 그려 넣은 큰 천을 걸어 놓고 어촌을 촬영한 영상이 겹쳐진 작품이 있다. 빔프로젝트에서 나오는 영상과 전시장의 공기흐름에 하늘거리는 천이 만나 마치 작은 어촌에 와 있는 현장감이 더해진다. 갱지 위에 아크릴, 크레파스, 싸인펜 등으로 그려 넣은 작품 속에는 넘실거리는 파도 위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거나 화단에 물을 주는 ‘할매’가 그려져 있다. 작품에는 ‘원조 할매’, ‘길 위에 할매’, ‘부전동 할매’ 등의 제목이 붙여져 있다.
전시장에는 둥근 형태의 작품이 자주 눈에 띈다. 갱지에 그려진 작품 뿐 만 아니라 시장 난전에서 볼 수 있는 플라스틱 소쿠리, 그 위에 얹어진 양모로 만든 접시모양의 작은 작품도 원의 형태이다. 작가의 설명이 재미있다. “난전에서 쪼그려 앉아 장사를 하던 할매가 소쿠리 앞에 한 손님이 부르길래 손님을 올려다봤어요. 순간 할매에겐 손님의 얼굴이 달덩이처럼 느껴지는 거에요. 물건을 살려고 앞에 서 있는 손님이 고마웠겠지요. 정월대보름이나 추석에 달을 보며 소원을 빌잖아요? 그것처럼 제 작품에도 그런 보름달의 의미, 소원, 감사 등을 넣어보고 싶었어요.”
벽면 한 쪽에 ‘쑥떡 할매’라는 작품이 있다. 작품 속 조각보 위에 녹색의 인형들이 붙여져 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인형이 아니라 사람 형태다. 몸뻬(왜 바지)를 입고 일을 하고 있는 ‘할매’ 모습이다. 귀엽게도 토끼머리를 하고 꼬리도 달려있다. 할매들은 쑥을 캐거나 앉아서 일을 하고 있다. 배경이 되는 조각보는 차푸름 작가 외할머니의 유품이라서 이 작품은 판매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는 길 위의 소상인에게 상생의 이미지를 본다. 그것은 도시와 자연, 무기체와 유기체, 진지함과 유머러스함 등 상반된 것들이 공존하는 일상의 무늬를 떠오르게 한다. 작품 속 파도와 도로는 상생의 비유적 형태이다. 이러한 일상의 무늬의 형상은 소재개발과 함께 비유적 표현기법으로 나타냈다.』<작가 노트 중에서>
‘부산, 기장군’시리즈에는 어촌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 담겨 있다. 물론 여기에도 거친 세월을 온 몸으로 부딪치며 살아 온 우리네 할매들이 등장한다. 실제 작가의 고향은 기장이다. ‘쑥떡 할매’에서 토끼 모양의 할매들, 여러 작품 속 일상의 무늬가 깊게 새겨진 할매들, 이 할매들의 생활터 옆에는 도로를 의미하는 차선을 통해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공존과 상생을 엿볼 수 있다. 전시장 곳곳의 보름달과 같은 작품에서 서민들의 꿈과 희망을 생각하게 해주는 이번 전시는 6월 22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해운대아트센터
– 일시 : 2014. 6. 17 –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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