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홍展(서린 스페이스)_20140509

김재홍 작가의 부산 전시는 일종의 깜짝 이벤트였다. 그동안 마린시티에 있는 서린 스페이스에서 몇 차례 작가의 일부 작품이 전시된 적은 있었다. 지난 번 갤러리 상설전과 최근 개최된 아트쇼에서 작가의 등장을 예고하는 등 갤러리 측에서는 노이즈 마케팅을 계속 해 온 셈이다. 작가는 그동안 서울과 대구에서만 전시를 했기 때문에 부산에서는 아직 생소한 작가다. 하지만 젊은 층의 작가 중에서는 작품 판매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 핫(hot)한 작가에 속한다.

이번 전시에 선 보인 작품은 크게 인물 형상, 추상, 모노크롬과 컬러 등으로 뚜렷하게 구분된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작품을 보면 그라데이션을 한 선들이 형상의 기초가 되고 있었다. 마치 꿈틀거리는 해초류나 강아지풀과 같은 형태가 모여서 형상을 이룬 듯하다. 그러면서도 형태와 음영의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보아 작품을 그리기 전 작가의 치밀한 계산이 있었던 것 같다. 더 흥미로운 것은 작품을 더 가까이에서 보면 그 선도 하나의 점으로 찍혀 그렸다는 것이다. 붓으로 그린 점들이 선이 되고, 선이 형상을 만드는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갤러리에서 김재홍 작가로부터 작가의 삶과 작품에 대한 설명들을 진지하게 들을 수 있었다. 30대 초반의 작가로서 현재의 위치까지 오기에는 많은 고민과 혹독한 과정들이 있었을 것이다. 특히 점을 찍어 형태를 만드는 방식은 작가에게는 깊은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작업과정이다. 작가는 조그마한 실수로 공들여 만든 작품이 헛되지 않도록 컴퓨터를 활용해서 프리뷰(preview) 과정을 거친다. 가령 점의 색상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미리 컴퓨터 그래픽에서 색의 수치를 조정 해 가며 결과 값을 이용하는 방식도 활용한다.

김재홍 작가는 그의 작품에서 유명 배우의 형상을 그려 넣은 이유, 항아리를 닮은 작품에 대한 계기, 뭔가 꿈틀거리며 인간 내면의 변화를 그린 듯한 작품 등에 대해 조금씩 힌트를 주면서 설명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의 작품 속에 보이는 수많은 점들 역시 인간 삶에 비유 된다. 결국 그의 완성된 작품 하나는 여러 관계에 얽힌 인간들의 공존체라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작가의 기억과 살아온 시간들이 보태어져 공존과 공생의 의미로 완성된다. 블랙에서 시작한 그의 작품이 화이트에서 완성이 되는 과정에서 어느 한 군데가 잘못되면 전체적인 구도가 무너지는 것도 우리의 삶과 닮았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도 전체적인 융합에서 어느 한 부분이 잘 못되는 사회적 혼란으로 커지는 것과도 같은 이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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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무엇이 존재한다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숨을 쉬기 위해 반드시 산소가 있어야 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산소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숨을 쉴 수 있고 자연이 있어서 삶의 터전을 누릴 수 있듯이, 어떠한 대상이 아름다움을 간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만한 환경과 꾸준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작품을 통해 이러한 본질을 슬며시 드러내 보이고자 한다. 뭔가 꿈틀대는 수많은 융털들. 사실 이것들은 수많은 점들을 찍어 표현한 것들이다. 예전보단 익숙해져 그만큼 작업 진행도 빨리 되는 편이지만 결코 만만한 작업은 아니다. 말 그대로 시간과의 싸움이고 철저한 계산과 집중이 필요하기에 이러한 모든 것들을 융합해 하나의 형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점들은 “일련의 시간의 연속” 이다. 대중은 작품을 볼 것이고 또 다가와 들려다 볼 것이다. 무수한 선들과 그 선속에 많은 색 점들을 보았을 때 나는 그것이 작품을 통해 대중과 내가 교접하는 순간이라 생각한다. 』<작가 노트 중에서>

김재홍 작가는 2013년부터 갤러리 서린 스페이스의 전속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서린 스페이스 서지연 대표는 “김재홍 작가는 아직 젊은 층에 속하지만 작품의 완성도나 성숙미가 확고하게 정립되어 있습니다. 마치 오랜 경험을 가진 작가처럼 말이죠. 저희 갤러리에서는 이러한 작가가 안정적인 상태에서 최상의 작품들이 탄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갤러리 운영이 만만찮은 현실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작가와 관객, 인간의 공존 공생이 작품 속에 녹아 있는 이번 전시는 갤러리 서린 스페이스에서 6월 21일까지 이어진다.


<김재홍 작가 인터뷰 영상>

 

– 장소 : 갤러리 서린 스페이스
– 일시 : 2014. 5. 9 – 6. 21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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