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대구에서 활동하던 정은주 작가가 부산 나들이에 나섰다. 작가는 테트리스 형태의 입체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단순하고 선명함이 느껴지는 색상이 특징이다. 마치 색면추상이나 미니멀리즘 작품을 보는 듯하다. 사각형의 입체작품을 통해 작가가 말 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전시관람 내내 궁금증이 더해진다.
정은주 작가는 입체 외에도 평면과 영상작업을 한다. 작가는 평소에 시간, 움직임, 관계, 소통 등에 관심을 갖고 작업에 임하는데 이번 서린 스페이스에서의 전시는 입체 작품만을 선별해서 전시 하고 있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팸플릿에서 본 듯한 붉은색 ‘V’자형 테트리스와 푸른색 계열의 사각 테트리스 형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전시장 사방으로 크고 작은 사각형의 입체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단색으로 표현된 추상작품을 흔히 색면추상 작품이라고 한다. 정은주 작가는 색면추상 작품과 닮기도 하지만 입체 조각과 색의 배열에 조금 더 충실한 작품으로 이해가 된다. 특히 일정한 색을 군더더기 없이 칠해 깔끔한 느낌을 더 한다. 갤러리 측의 설명으로는 비법은 ‘스프레이’ 작업이라고 한다.
작품 재료는 나무다. 작가는 원하는 크기로 나무를 자른 후 미세한 사포로 반복적으로 문지른다. 그리고 그 위에 스프레이를 뿌린 후 사각형의 조합으로 작품을 완성한다. 이번 전시의 흥미로운 작품인 테트리스 시리즈는 과거의 테트리스 게임 추억을 되살린다. 오락실에서 동전을 넣고 게임을 하다가 PC에서 게임을 할 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중독됐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작품 앞에 서면 누구나 과거의 추억을 떠 올리며 미소를 지을 것 같다.
전시장 한 쪽 벽면의 한 작품이 시각적으로 조금 가려져 보인다. ‘저 작품은 조금 왼쪽으로 당기면 될 텐데…’ 라는 생각에 갤러리 측에 물어봤다. 서지연 대표는 “네, 디스플레이를 할 때 의도적으로 그렇게 배치했어요. 특히 바깥을 지나가던 관객이 이 작품의 끝을 본 후 전시장으로 들어 올 수 있도록 유도를 한 것이죠.”라고 설명한다. 그러고 보니 전시장 내의 작품들의 배치가 다시 눈에 들어온다. 때로는 통일성을, 때로는 다양성을 포인트로 배열함으로써 시각적 효과를 더하고 있었다.
『동일색이거나 대비색을 가진 입방체들은 서로가 밀고 당기면서 하나의 집성체를 이루고 그것이 한 작품이 된다. 물론 이것들은 요소로서 분절되기도 하고 접합되기도 하는 유동성을 가지는 구조적 성격을 갖는다. 이 접합 구조의 가능성은 그의 작품을 일신하게 한 중요한 계기이고 요소이다. 그리고 그의 작품을 이루는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다. 작품은 스스로 다양성 혹은 관계성으로 방기되어 있는 것이고, 우리는 여러 각도에서 이 작품의 면모를 만나게 된다. 그 형태와 색상과 힘의 자장력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현실적 형상으로부터 벗어난 색상과 형태와 빛의 움직임을 체험하는 것이다.』<강선학 평론 중>
보름 후면 2014 부산 아트쇼가 개최된다. 아트쇼 기간 중에는 아트 버스를 운영하는데, 부산의 대표 미술관, 갤러리, 감천문화마을, 영화의 전당을 무료로 한 번에 관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갤러리 중에서는 서린 스페이스를 포함하여 갤러리 아리랑과 가나아트, 조현갤러리, 고은사진미술관, 소울아트 스페이스 등을 방문한다. 많은 부산 시민들이 미술 축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칫 메말라가는 감성을 풍성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싶다.
– 장소 : 갤러리 서린스페이스
– 일시 : 2014. 4. 2 – 4. 26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