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경展(해운대아트센터)_140225

전시장에 들어서면 여러 사람들이 빙산을 올라가는 모습의 작품들이 먼저 눈에 띈다. 작품을 둘러보니 빙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산도 보인다. 산의 준(동양화에서 산·암석·폭포·나무 등의 굴곡을 가벼운 필치로 입체감 있게 주름을 그리는 화법)이 거대하고 깊어 우리나라의 산과는 차이가 난다. 작품은 동양화라기보다는 반구상적인 서양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각 작품에는 얼굴이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사람들이 산을 오르는 모습들이 보인다. 사람들의 행위가 제각각이다. 줄을 타고 산을 오르는 사람, 암벽 등반과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보이며 심지어는 번지점프도 하고 있다. 일부 작품은 산과 공간상의 틀(frame)이 혼재하여 엮여있다. 틀 속에 있는 사람이 틀 밖의 산을 오르려는 일탈을 시도하고 일부는 창문틀에서 쉬고 있다. 산을 오르다 힘이 들어 평평한 창문틀에서 쉬고 있는 풍경이 재미있게 느껴진다. 정적인 산수화에 산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이번 전시의 주제인 ‘유쾌’가 느껴진다.

웹이미지

해운대아트센터에서는 2월 25일부터 유혜경 작가 개인전을 개최하고 있다. 작가는 부산에서는 첫 개인전이다. 주로 큰 작업을 그리는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여러 점의 소품도 선 보인다. 그동안 작가는 큰 작품 속에 그려진 대자연을 통해 진정한 산수화를 느꼈었지만, 소품 작업을 하면서 또 다른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유쾌한 산수’를 즐기는 데는 작품의 크기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직접 산을 가지 않고 집 안에서 그림을 통해 풍경을 즐기는 것을 차경(借景)이라고 하고, 차경을 통해 산수를 유람하는 것을 와유(臥遊)라고 한다. 작가는 현대인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 자칫 찌들어가는 감성을 작가는 작품을 통해 치유하고 즐기고자 ‘유쾌한 산수’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평소 작가가 하고 싶었던 암벽등반과 산악자전거를 작품 속에 그려 넣어 소심한 일탈을 시도했다. 작가의 초기 작품은 집 안에서 창을 통해 바라본 산수 작품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작품으로 올수록 소심한 일탈은 적극적인 일탈로 바뀌고 있다. 이제는 창틀에서 벗어나 대자연 속에서의 일탈을 즐기고 있다.

『<유쾌한 산수>시리즈는 거대하게 솟아오른 바위산에서 암벽등반을 하거나 다양한 형태의 유람을 즐기는 사람들이 그려져 있는 그림이다. 현대인들의 숨막힐듯 분주한 삶속에서 가끔씩 상자를 열어 정신을, 자연을 풀어놓고 자연을, 자유를 즐기다가 때가 되면 다시 상자 속에 고이 접어 넣을 수 있다면, 그렇게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살아남을 수 있다면 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현실 속에선 결코 존재하지 않는 달큰한 이 허상의 세계에 흠뻑 빠져 노닐다보면, 우리는 어느새 답답한 이 현실 세계에서 다시금 살아나갈 의욕의 끄트머리를 잡게 될지도 모른다.』<작가 노트 중에서>

작가는 장자의 <소요유>편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삶에서 느끼는 희로애락 대부분은 상대적이다. 장자는 상대 사회를 초극해서 삶을 영위하는 곳에서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참된 자유로운 삶 본연의 자세가 열린다는 이상의 경지를 제시했다. 작가는 <유쾌한 산수> 시리즈를 통해 자연을 풀어 놓고 즐기고 흠뻑 빠져 놀기를 제시한다. 관객들은 어느덧 자연 속에 빠져들어 자유와 유쾌함을 느낀다. 이번 전시는 달맞이 고개에 있는 해운대아트센터에서 3월 16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해운대아트센터
– 일시 : 2014. 2. 25 – 3. 16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

One thought on “유혜경展(해운대아트센터)_140225

  1. 소명
    2014년 2월 27일 at 5:03 오후

    항상 너무나도 멋지십니다~ 작품에서도 교수님만의 그 느낌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너무 좋아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