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에 위치한 갤러리 화인에서는 올 해 1월 초 ‘신년보희展’에 뒤이어 ‘판화–이전 10년展’ 등 연이어 판화전을 개최하고 있다. 판화 작업은 타 장르에 비해 예술적 감각과 육체적 노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힘든 작업으로 분류된다. 뿐만 아니라 ‘유일한 작품’인 회화나 조각에 비해 다량복제라는 이점(?)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아 오기도 했다. 인쇄와 맥락을 같이 해온 판화 영역은 여러 작품을 만들어 상대적으로 싼 편이지만 그래도 예술작품이라는 원론적인 인식은 사회 저변에 깔렸었다. 최근에는 사진과 함께 판화 역시 타 장르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는데 거기에는 판화가들의 많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판화–이전 10년展은 현재로부터 10년 전, 그리고 그 이전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전시다. 그래서 원로급 작가들이 많이 참석했고 작품들이 주로 흑백으로 만들어졌으며 일부 추상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작품들은 목판화, 지판화, 동판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작가들 면면도 부산 판화계에선 널리 알려진 작가들이다.
차동수 작가는 지판화로 동화 같은 풍경의 작품을 선보였다. 하드보드지에 종이를 오리고 색을 넣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작가는 자연의 풍광을 화려한 색감 등을 사용하여 관람객들이 쉽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을 주로 만든다. 서상환 작가는 인간 고통의 근본적인 문제를 종교적 사유로 풀어 조형세계를 구축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종이 위에 판을 찍는 방식이 아닌, 판 위에 종이를 얹어 색이 위쪽으로 배어 나오는 식의 작업을 한다. 비록 선명하게 찍혀지지는 않지만 나름의 독특한 형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오랫동안 대학에서 후진 양성하고 있는 김정임 작가는 과거 작품인 ‘리듬’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그 외에 대형 작업을 많이 하고 있는 박동채 작가, 원로 작가인 주정이, 한성희, 홍익종 작가 등의 작품도 볼 수 있다.
판화는 힘든 노동을 필연적으로 함께하는 작업이다. 조금 큰 것은 전지 사이즈, 큰 것은 4*8사이즈까지 있다. 과거 석판화의 경우에는 발암물질이 포함된 재료를 쓰는 등 재료상의 문제점도 있었다. 나무를 사용하는 목판화는 때론 작가가 목수 역할도 한다. 일부 작가들은 나이가 들면 더 이상 힘이 부쳐 회화로 전향하기도 한다. 조금 무리하게 일하면 팔의 인대 손상으로 몇 달씩 쉬는 것도 다반사다. 하지만 팔이 나으면 또 그 힘든 작업을 시작한다.
이번 ‘판화-이전 10년展’은 특히 부산의 판화인들의 스토리가 담겨 있는 전시회이다. 10년 이전의 작품과 현재의 작품을 비교할 수 있고, 기법보다는 이미지나 심상을 강조했던 모노크롬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이제는 원로들이지만 그들의 열정과 노력이 현재의 판화를 여기까지 이어오게 한 거름이 되었다. 부산 판화미술 역사의 단편을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갤러리 화인에서 2월 15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갤러리 화인
– 일시 : 2014. 2. 3 – 2. 15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