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오션타워 로비층에 있는 오션 갤러리는 올 해 화랑 활성화를 위해 기존 갤러리 옆 공간을 추가로 확보하여 그 곳을 상설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상설 전시장은 전시뿐만 아니라 컬렉터들과의 대화를 할 수 있는 아담한 장소를 포함하고 있다. 올 해 오션 갤러리 윤영숙 대표의 왕성한 활동을 기대 해 본다. 더불어 2014년 첫 갤러리 초대전에 부산의 구상 작가인 허필석 작가를 초대하여 전시하고 있다.
허필석 작가는 현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흔히 관념적 사실화로 불리기도 하는데 예전에는 수채화 작업도 했지만 현재는 유화 작품을 주로 그리고 있다. 그의 작품 속에는 바다가 자주 등장한다. 그는 “나에게 바다는 어떤 표현대상의 배경이 아니라, 작품의 시작과 끝이다.”라고 말한다. 이는 작가의 작품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그렇다. 해는 바다에서 뜨고 바다로 지지 않는가… 그렇기에 바다는 시작과 끝을 함께 하는 곳이기도 하다.
유난히 바다를 좋아하고 바다를 그리던 작가는 어느 날 “나는 왜 바다를 많이 그릴까?”라는 의문을 품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그는 과거의 기억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의 추적은 초등학교 이전 유년시절까지 거슬러 갔다. 당시 그는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부모님을 떠나 경남 의령 할머니 댁에 머물렀다. 그는 첩첩산중 시골마을이 세상의 전부인줄 알았다. 그러면서 늘 “저 산 너머에는 고향 부산 바다가 보일 거야… 저 산꼭대기에 올라가면 아빠와 엄마를 볼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산을 올라갈 만큼 성장하자 어느 날 부푼 마음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의 정상에 선 그의 시야에는 상상과는 달리 또 다른 산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 기억은 어린 허필석에게 하나의 깊은 상처로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의 작품 속 바다, 언덕, 길, 버스 등은 그의 유년시절의 기억으로부터 이어진 것 같다. 그는 그림을 통해 일기를 쓴다. 작가는 언젠가 “나는 손과 눈, 머리보다는 내 감성을 애절하게 표현하는 ‘가슴’으로 그리는 작가이고 싶다.”라고 말 한 적이 있다. 그는 가슴으로 그림을 그리고 과거-현재-미래의 자신과 소통을 한다. 그러면서도 가슴 속 품고 있는 추억 같은 이미지를 솔직하게 나타내고 있다.
40대 초반의 허필석 작가가 지금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그려왔다면 이제는 50대 이후의 자기 작품관에 대해 계획하고 있다. 그것은 색이 될 수도 있고 사물 또는 추상적인 주제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또는 형상보다는 이미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허필석’ 하면 떠오르던 바다, 소녀, 갈매기, 언덕, 길 등의 소재가 앞으로 어떤 주제로 변할지 기대된다. 하지만 그와의 대화에서 느낀 유머러스하고 솔직한 이미지는 변치 않았으면 한다. 작가 허필석 이전에 인간 허필석으로 더 매력적인 부산 사나이로 기억하고 싶다.
– 장소 : 갤러리 오션
– 일시 : 2014. 1. 8 –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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