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 개인展(갤러리 서린 스페이스)_131202

작품을 보면 “아, 누구 작품이네.” 일 때가 있다. 동서고금을 통해 이런 작품들은 나름 고유한 패턴, 색상, 분위기를 가진다. 하지만 작가 고유의 색깔을 가진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자기 색깔을 오랫동안 탐구하며 그 길을 걸었을 때 타인들이 알아 봐주기 때문이다. 부산 마린시티 제니스 스퀘어에 있는 갤러리 서린 스페이스에서 항아리 회화작품으로 알려진 권혁 작가를 만났다.

권혁 작가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레핀미술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유학파다. 유학을 갈 당시만 해도 작가는 사실주의적인 인물화를 탐닉했는데 유학 후 2~3회의 개인전을 할 때까지도 그러한 작품을 그렸었다. 하지만 대중들의 관심은 권혁 작가의 작품보다는 경력이었다. 당시 작가는 관객들이 자신의 작품보다 배경에 관심이 있는 것이 못마땅했는데, 이후 작품은 한 차례의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작가는 사실주의적인 것보다는 단순한 것에서 오는 이야기를 담고자 했고, 이후 그는 기하학적 형태를 거쳐 항아리 그림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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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적이고 기술적으로 항아리를 보고 그리던 작가는 또 한 번의 작품 변화가 시작된다. 굳이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닌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항아리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후부터 그의 작품은 단순한 정물화가 아니라 보기에 편안하고 가슴에 와 닿은 형태로 바뀌어갔다. 그런 독특한 항아리에 사람들은 관심을 가졌고 어느 날부터 ‘붓으로 빚는 항아리’를 그리는 작가로 알려졌다. 이제는 그의 항아리와 그릇 회화작품을 보면 ‘권혁’ 작품이라는 것을 알 만큼 유명해졌다.

전시장에 있는 작품들은 대체로 무채색 또는 옅은 색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동안 작가는 캔버스에 도자기를 빚으며 여러 색상을 실험적으로 사용했다. 형광색, 분홍색, 오방색 등을 써 가며 작품을 그려 왔지만 이번 전시에는 가급적 절제된 색을 사용하고 있다.

도자기가 바닥에 살짝 떠 있는 작품이 몇 점 눈에 띈다. 권혁 작가는 “도자기는 형태가 가지는 묵직함과 안정감, 무게감이 있습니다. 한편으론 답답하게 보이기도 해서 관객들이 편안함과 안락함, 엄마와 같은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공간에 살짝 떠올라 있는 도자기를 보면 마치 풍선이 공중에 떠 있을 때의 공허함, 편안함, 허전함 등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이번이 21번째 개인전인 작가는 아직도 실험중이라고 한다. 색상과 형태에 대해 계속 관찰중이라는 작가는 그래도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고 한다. 하얀 캔버스에 첫 붓질을 하는 느낌, 기운을 담아 엷은 기름칠을 반복하며 항아리를 빚어나갈 때의 행복감이다. ‘붓으로 빚는 항아리’ 전시는 갤러리 서린 스페이스에서 12월 21일까지 계속된다.
– 장소 : 갤러리 서린 스페이스
– 일시 : 2013. 12. 5 –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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