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화인에서는 ‘집과 마을’이라는 외형적 표현을 통해 작가의 추억과 따뜻한 마음을 담은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오랜만에 개인전을 갖는 천은정 작가는 금속, 유리, 플라스틱 소재에 집과 건물, 마을 풍경을 담고 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한 보석처럼 반짝거리고 메탈의 차가움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집’이라는 편안함과 추억이 담겨져 있다. 더불어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작가에게는 부산을 대표하는 문화상품도 염두 해 두고 있다.
해운대 해수욕장 해변 바로 옆에 있는 갤러리 화인은 달맞이 고개에서 이 곳으로 이전한 후 화랑을 찾는 사람들이 더 늘었다. 사실 달맞이 고개에 있는 화랑에는 마음먹고 일부러 찾아가야하는 반면 상가 또는 주택가나 접근성이 용이한 장소에 있는 갤러리는 지나가는 행인들도 쉽게 찾아와 작품을 보곤 한다. 언덕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풍경이 있는 달맞이 고개도 나름 운치가 있어 서로 장단점은 있는 것 같다.
갤러리를 방문하는 날 천은정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결혼과 육아 문제로 오랜만에 개인전을 갖는다고 한다. 현재 동의대학교 디자인전공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작가는 평소 부산을 대표할 만한 문화상품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마을과 건물을 스케치 한 그림을 본 지인이 “어! 부산이네”라고 하더란다. 작가는 건물 형태만 봐도 부산을 알아보는 것에 대한 공감과 아이디어로 이번 전시에 감천문화마을을 담게 됐다고 한다.
부산 사하구에 있는 감천문화마을은 한국전쟁 당시 이주 한 피난민들의 애환이 서린 동네인데, 이제는 외지에서 방문할 만큼 유명한 관광명소가 됐다. 작가는 어릴 적 범일동 철길 근처에서 자랐다고 한다. 남들은 시끄럽다고 하는 기차 소리와 산비탈에 총총 붙어 있는 주택 풍경들이 작가에게는 아련하고 포근한 추억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천은정 작가는 이번 전시에 여러 소재와 기법들을 이용하고 있다. 리사이클링(re-cycling, 재사용) 또는 업사이클링(up-cycling, 재활용에 가치를 더함) 예술에 관심을 갖고 있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었다. 고온에서 수축되는 재활용 플라스틱 필름에 그림을 그려 오븐에 구우면 아크릴 느낌이 나는데, 이 것을 난집(보석을 끼우는 틀)이나 금속 프레임에 넣어 작품을 완성했다. 금속은 롤프린팅 기법으로 건축 무늬를 넣었으며 유리는 라미네이팅 기법으로 유리를 접합해서 앞뒷면에 건축의 형태를 만들었다.
집과 공간에 대한 느낌, 집과 사람과의 관계를 염두 해 두고 작업을 한 천은경 작가는 앞으로 한지와 금속의 만남을 시도 해 보려고 한다. 한지가 갖고 있는 전통적인 느낌과 부드러움이 딱딱한 금속을 만났을 때 어떤 느낌이 날지 기대된다. 디자인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 돼 관광 상품화도 가능한 이번 작품들은 갤러리 화인에서 12월 7일까지 볼 수 있다.
– 장소 : 갤러리 화인
– 일시 : 2013. 12. 01 – 12.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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