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작가展(갤러리아트숲)_131123

갤러리 아트숲에서 ‘아주 특별한’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전시장 입구엔 “우리가 남이가” 라는 문구와 함께 ‘아주 특별한 관계’라는 부제가 붙여져 있다. 김남진-정수옥, 김규태-최승미 부부작가의 전시회이다. 김남진-정수옥 작가는 이미 부산에서 알려진 작가지만 김규태-최승미 부부작가는 조금 생소하다. 두 작가는 경기도 양평에 거주하면서 주로 서울과 경기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다. 며칠 날씨가 춥더니 갤러리 아트숲을 방문 한 날은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넉넉한 주말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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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를 들어서면 김남진-정수옥 작가의 작품이 먼저 보이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최승미 작가의 작품, 작은 파티션의 공간에는 김규태 작가의 도자기 작품들이 보인다. 전시장 촬영을 하고 있으니 관람객들이 한두 명씩 갤러리를 찾기 시작했다. 오후 3시에 작가와의 대화 시간에 참석하기 위해 찾은 분들이었다. 김규태 작가는 큰 키에 서글서글한 눈매의 편안한 인상이었다. 부부가 창작 예술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없냐고 물어보자 “늘 정신적인 부분을 끄집어내는 일들이라 평소 감정이 고조된 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경우 본인의 생각과 반대되는 생각이나 의견을 제시하면 의견이 충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답변한다. 하긴 평소에 부부끼리 대화를 하더라도 말다툼으로 변하는 경우가 있는데 감정이 예민한 상태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더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다.

김규태 작가는 기(器) 작업을 주로 한다. 특히 구리가 섞인 유약을 사용하는 진사(辰砂)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 작가는 그릇이나 항아리의 형태는 몇 천 년 동안 그 형태가 큰 변함없이 내려오고 있어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는 형태를 만들지는 않는다고 한다.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놓고 보기가 좋으면 아름다운 기(器) 작품이라고 작가는 생각한다. 부인인 최승미 작가는 한국화를 전공했다. 그녀의 화폭에는 여러 동물과 산수가 민화처럼 등장하는데 행글라이드나 사탕 등과 같은 이색적인 소재도 함께 등장한다. 작가가 작품을 만들면서 늘 염두에 두는 주제는 인(因, 유래, 까닭)이다. 서로 연관되지 않은 개체들이 작품 속에서 만나 조용히 에너지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이에 대해 “시간의 집적 안에서 그것들 또는 그들의 조우는 스스로의 의미를 넘어서게 한다. 그리고 그 만남으로 생긴 새로운 일들이 나의 그림에서 펼쳐지고 있다. 그 새로운 일은 은근히 창조적이며 사랑스러우며 보는 이를 긴장하게 한다.”라고 전시서문에서 밝힌다.

김남진 작가와 부인 정수옥 작가는 부산 미술계에서 오랫동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중진작가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당대 도시의 삶에서 느끼는 복잡한 양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작품 속에서 재해석 한다. 현대 도시인들이 느끼는 좌절, 상대와의 비교, 허탈감 등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정수옥 작가는 올 해 6월 달에 갤러리 아트숲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적이 있다. 마돈나라는 아이콘으로 9년째 그려오고 있는 작가는 흐릿한 덩어리 형상으로 가족의 사랑과 치유를 희망하는 내용들을 나타낸다. 작가는 이러한 작품을 그리며 “이제 나는 이 테마를 통하여 나의 어머니가 나를 안아주던 모습을 더 잘 그려낼 수 있게 되었다. 애초에 내가 그리고자한 것은 나를 보듬고 있는 낡은 흑백 사진 속 어머니의 모습뿐 이었는지도 모른다.”라고 되돌아본다.

이번 전시는 부부작가라는 ‘아주 특별한 관계’를 통해 관객들에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창조적인 작업을 해 오면서 어떤 감정들이 교감 했을까 하는 궁금증도 유발시킨다. 갤러리 아트숲에서는 전시 서문에서 ‘부부 작가로서 각 자에게 비춰지는 빛은 예술가인 개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예술 활동을 넘어선 그들의 작품까지도 아주 특별하게끔 한다.’라고 이번 전시의 의의를 밝히고 있다. 물론 개인적인 작업을 통해 작품이 탄생하지만, 배우자로서 ‘아주 특별한 관계’ 속에서 창조되는 작품세계는 또 다른 영역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이번 전시는 청사포에 있는 갤러리 아트숲에서 12월 14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갤러리 아트숲(해운대 청사포)
– 일시 : 2013. 11. 23 –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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