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자 개인전(해운대아트센터)_131029

대나무는 여러 가지 상징적 의미를 띠고 있다. 대나무 몸통의 곡선과 댓잎은 겸손에 비유되어 덕을 겸비한 선비를 의미하고, 대나무 줄기의 곧게 뻗은 몸통과 사시 푸르른 잎은 지조와 절개를 뜻 한다고 전해 내려온다. 또 집안에 대나무를 심어 가정의 단결과 번창을 염원했고 중국 역사에 등장하는 죽림칠현(竹林七賢)은 어진 사람과 성인의 은거지로 여겼다.

한국화에 등장하는 단골 소재 중 하나가 또한 대나무이다. 대표적인 것이 사군자인데 우리나라의 묵죽도는 17세기 중엽 이정 선생에 의해 완성됐다고 한다. 이정 선생의 대나무 작품은 형사(어떤 사물의 모양을 본떠서 그림으로 표현)와 사의(사물의 형태보다 내용과 정신에 치중하여 그림)의 조화를 잘 이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처럼 수묵화에 자주 그려지는 대나무는 집안의 경사가 있을 때도 그려 선물 할 만큼 우리 생활과 친근한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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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아트센터에서 진행 중인 김인자 작가 개인전에 여러 색으로 채색된 대나무가 등장한다. 작가는 실제 대나무 위에 색을 칠하고 한지를 붙이거나 색깔 있는 실로 대나무를 감고 있는 작품을 소개한다. 실은 천을 잇거나 사물을 묶을 때 사용하는데, 대나무에 실을 감아 부드러운 느낌과 더불어 주술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실이 두 물체를 이어주는 것이라면 대나무는 하늘의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도구로 사용한다. 신을 불러들이는 무당이나 점집 등에 보면 대나무가 높이 꽂혀 있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전시장 중앙에는 가로 5미터 정도 크기의 큰 작품이 걸려 있다. 바탕화면에 대나무를 그리고 그 위에 실제 대나무를 붙인 작품이다. 대나무는 채색되거나 색동 한지, 굵은 실, 색동 실 등으로 묶어져 있다. 대나무의 의미와 형태를 현대적인 조형미로 표현 한 작품인데 집 안에 놓으면 병풍과 같은 효과가 있어 실용성도 곁들인 작품이다. 전시장 좌우로는 대나무를 한 개씩 붙이고 그 옆에는 붉은색, 검정색, 황금색 등을 사용하여 만든 작품이 걸려 있다. 금색과 붉은색으로 칠한 작품은 모두 집안에 행운과 복을 불러들이는 염원을 담은 작품으로 해석된다.

이번 전시는 김인자 작가 개인전이기도 하지만 작가의 남편인 후쿠시마 후사주의 개인전도 같은 공간에서 개최되고 있다.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울산대 교수인 김인자 작가는 남편과 함께 한국과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다. 가내 평안과 기운을 실어주는 대나무 작품이 독특한 이번 전시는 해운대아트센터에서 11월 3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해운대아트센터
– 일시 : 2013. 10. 29 – 11.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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