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자展(미광화랑)_131019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리기 위해 김종학 화백은 설악의 사계절을 캔버스에 담았고, 이대원 화백은 서양 물감으로 동양화와 같은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었으며, 조영재 작가는 자연의 에너지를 강조 한 그림을 그렸다. 모두 자연이라는 커다란 소재를 관객들에게 잘 전달 한 작가들인데 이와 함께 순수한 자연에 동화되어 자연과 자신이 일치된 장면을 화폭에 담은 작가가 있다.

김춘자 작가는 1980년대부터 자연의 풍광을 그려왔다. 동물이나 식물의 원초적인 형상을 그려왔는데 작품의 주제는 늘 자연의 생명성이다. 자연의 순수성과 신비성, 광활하고 매혹적인 모습을 작가 특유의 개성 있는 이미지로 표현 해 왔다. 초기 그녀의 작품은 자연의 소재들을 원초적이고 생동감 있게 큰 캔버스 화면을 가득 채우는 스타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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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늘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자연에 비해 순수하지 못하고 세상에 물든 자신이 어떻게 자연에게 접근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끝에 이번 전시에서 ‘인간을 자연화’ 하는 방식을 시도했다. 그래서 작가의 작품에는 인간이 동물과 식물이 한데 붙어 있는 그림이 많다. 과거의 작품에 동물과 식물들이 등장했다면 이번 전시의 특징은 인간이 함께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간의 머리 부분만 떼어서 그린 그림이 눈에 띄는데, 이것은 두상이 몸의 전부를 나타내고 사유의 형상, 사유의 존재를 표현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자연이라는 식량을 섭취하고 살아가고 있는 인간은 자연 없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은 이 우주에서 가장 낮은 층위의 존재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자연에 다가가고 싶다. 나를 회복시키고 싶다. 나의 작품은 자연에 대한 동경이고 짝사랑이다.』<작가 노트 중에서>

오랫동안 자연을 그려온 작가는 인간 친화적인 동물을 사랑한다. 염소나 사슴 같은 초식동물을 특히 좋아하는데 그녀의 작품에 종종 등장하고 있다. 또한 인간을 자연화 하기 위해 동물의 귀나 뿔을 이용하고 있어 좀 더 순수화 된 모습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어떻게 보면 작품에 등장하는 인간의 모습은 자연과 일치가 되고 싶은 작가 자신일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이런 작품 세계에 대해 옥영식 평론가는 ‘내밀한 의식의 영토, 그리고 정령들’이란 표현으로 함축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도시의 테두리에 갇혀 점점 자연의 본질에서 멀어지고 있는데 그 속도가 느리다 보니 잘 느끼지 못한다. 이번 미광화랑에서 개최하고 있는 김춘자展은 현대인들이 한 번 쯤 되돌아보고 자연의 순수함을 느낄 수 있는 전시다. 자연과 관계하고 화해하고 다가가고 싶은 이 계절에 어울리는 이번 전시는 11월 2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미광화랑
– 일시 : 2013. 10. 19 – 1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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