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문화원 아트스페이스는 수영만 요트경기장 정문 바로 앞에 있다. 바로 옆 건물에는 고은사진미술관이 있는데 큰 길에서 보면 나무들이 건물을 가려 바로 곁을 지나면서도 입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 아트스페이스 운영은 자체 관리 인력 없이 고은사진미술관에서 관리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문화원 아트스페이스에서는 조영재 작가의 전시가 진행 중이다. 조영재 작가는 에너지와 파동을 이미지화 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나무나 바위, 꽃 등에서 발산하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강렬한 색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조영재 작가는 외모에서 벌써 “나? 작가!”라는 분위기를 풍긴다. 힘 있는 곱슬머리에 선이 굵은 얼굴,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졌다. 전시장에서 작가를 만난 날, 작가는 오픈 전을 앞두고 ‘열심히’ 디스플레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탄생한 작품을 전시장에 거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기질이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한 번씩 툭툭 던지는 농담 한 마디에 사람을 당기는 인간미도 있다.
예전부터 봐 온 조영재 작가의 작품은 마치 어떤 사물을 적외선 카메라로 찍은 듯한 이미지와 알록달록한 색상이 특징이다. 그러면서도 회색 계열의 차분한 느낌이 담긴 작품들도 눈에 띈다. 얼마 전 그는 단순한 작업을 시도했다고 한다. 여기서 단순한 작업이란 나 자신부터 복잡한 생각을 줄이고 작품 속에도 예전에 비해 많은 생각을 담지 않는 작업이라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조금씩 단순해지는 작품을 보며 ‘에너지’가 줄어드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단순해지는 경향을 유지하며 예전의 에너지가 느껴질 수 있는 작품을 그리려고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보고 있는 대상이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제 작업의 핵심입니다. 진리가 아닌 세상을 찾아가는 과정이 제가 작업을 하는 이유입니다. 그 진리를 제가 나중에 깨닫게 되는 시기가 온다면 저에게는 참된 진리이기를 희망합니다. 나만의 환상일 수도 있겠지만 제가 지금 가고 있는 것이 진리를 탐구하는 과정이며 또 계속 가고 있는 중입니다.』<작가 인터뷰 중>
조영재 작가의 작품 속에는 바위, 돌, 나무, 꽃 등이 등장한다. 이러한 소재들을 그리는 데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한다. 그는 바라보는 대상에 대해 동일한 가치를 부여한다고 한다. 자연 속에서 바위나 나무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어떤 관객은 바위의 이끼, 나무 딱지, 나무의 형태 등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가 바라보는 현실의 세상은 인간들만의 세계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특히 인간이 바라보는 것, 눈의 망막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이 정말 진실 된 세상인가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을 가진다. 결국 가시광선의 색만 볼 수 있는 인간의 한계와 그 밖의 많은 파장의 영역에 대해 자연의 다른 생명체들이 더 많이 느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있다.
『현실의 일상들은 여전히 보이는 세계 속에 고정되고 정형화된 질서들로 이해하도록 강요한다. 자연 속의 바위가 백년에 한 번씩 숨 쉰다는 것을 그 누구도 아니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편견과 오해로 치우친 관념과 질서들에 관하여 작가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화폭 속에서 드러낸다. 삼차원적 색채의 진동과 함께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사이의 경계 지대를 유영하는 제3의 공간 속에서 우리의 의식이 흘러가도록 이끌고 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운동한다.』<김미희 큐레이터 평론 중>
화가가 아니었더라면 과학자가 되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작가는 파장과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유별나다. 또 그런 에너지가 넘치는 작업을 하고 싶고 그 에너지를 관객들이 느껴서 희망과 긍정의 에너지가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스스로 나태해 지거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알갱이를 탐구하는 작가의 열정이 부럽다. 조영재 작가의 이번 전시는 10월 22일까지 계속된다.
– 장소 : 프랑스문화원 아트스페이스
– 일시 : 2013. 10. 10 –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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