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던 국회의사당 행사장 무대 뒤에는 반원 형태의 큰 그림이 있었다. 가운데 대통령이 지휘를 하는 이미지가 있고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과 표정으로 모여 있는 그림이다. 작품 속 앞줄에는 오케스트라가 연주 하는 장면이 있고 그 뒤로 간호사, 운동선수, 농사꾼, 마도르스, 경찰, 요리사, 연예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그려져 있다. ‘희망아리랑’이라는 제목의 이 그림을 제작 할 당시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는 작가에게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넣어 달라고 주문 했다고 한다. 평등과 평화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내용을 넣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유명세 덕분에 작가 신흥우는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프랑스 파리 8대학 조형 예술학과를 졸업한 신흥우 작가는 1991년부터 10여 년 동안 파리에서 유학했다. 그래서 국내에서 활동 한 지는 2000년 이후부터이다. 그의 작품의 특징은 실리콘을 이용해서 다양한 사람의 형상을 만드는데 도시의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 건물, 버스, 거리, 상점 등이 등장한다. 그의 작품은 ‘festival of the city’, ‘people to people’, ‘concert’, ‘dance’ 등의 큰 주제로 구분된다.
부산국제영화제가 한참 열리고 있는 해운대 갤러리 아인에서 신흥우 작가를 만났다. 부산에서는 첫 개인전이다. 목포가 고향인 작가에게 부산이 낯설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칠남매 형제 중 큰 누나가 부산 대연동에 살았습니다. 어릴 적 방학 때면 큰 누나가 있는 부산에 자주 왔었죠. 부산에 오면 해운대, 광안리, 자갈치 등을 많이 돌아 다녔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부산은 전혀 낯선 곳이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또 경상도 처자를 만나 결혼해서 지금은 집도 대구에 있다고 한다.
작가는 이번 부산 전시를 위해 특별한 작품을 선보였다. 도시 축제 시리즈 중 하나로 부산을 배경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용두산 타워와 광안대교가 그려져 있고 활기찬 부산의 풍경답게 여러 사람들이 큰 몸짓으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장면이다. 멀리 수평선의 왼쪽으로 해가 뉘엿뉘엿 너머 가고 도시의 활발함이 요즘 부산에서 개최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축제 분위기와도 어울린다. 작가의 부산에 대한 친밀감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평소 과묵한 작가는 그날따라 갤러리를 찾은 분들과 격 없이 유쾌하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내 그림의 주체는 ‘누구나’ ‘아무나’ 즉, ‘사람들’이다. 모든 인류가 내 그림의 모티브인 셈이다. 시장어귀의 어느 허름한 대포집에서 본 늙은 나그네거나, 한적한 지방의 시골길을 지나가는 해맑은 어린 아이들… 단역배우 시절의 챨리 채플린, 마릴린 몬로… 일지도 모른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흥미로운 사람들의 모습들은 내게 잔재한 게으르고 둔한 열정을 자극한다. 항상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 채워진 나의 캔버스는 이러한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지 뒤섞인 그런 알 수 없는 우리의 운명이자 범코스모스적인 인간들의 세상인 것이다.』<작가노트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전시 기간 중에 개최된 부산국제영화제로 신흥구 작가 전시소식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품을 보면 기분이 저절로 좋아지는 ‘신기한 기운을 가진’ 작품을 부산 시민들이 좀 더 많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전시는 해운대 중동 중앙하이츠상가에 위치한 갤러리 아인에서 11월 1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갤러리 아인
– 일시 : 2013. 10. 1 –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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