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예술작품의 가치는 단지 형식적인 미학적 관심에서만이 아니라, 인간 정신을 숭고하게 고양시키는 힘을 가지느냐에 따라서 더 높이 평가된다. 버려진 공간을 조명하고 현실을 반추하는 독일 사진작가 마이클 슈완의 작품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인위적인 공간의 쇠퇴를 숭고하고 경이로운 공간의 탄생으로 변모시킨다. 숭고한 풍경에 압도당하여 인생을 겸허히 살아가는 성찰적 태도를 배운 사람들은 과거, 현재, 미래에 연계되는 수많은 장소에서 마찬가지로 경이로움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의 영화로움과 현재의 폐허에 집중하는 마이클 슈완의 화면은 망각에 대한 통찰을 통해 현대인에게 역설적으로 미래의 희망을 엿보게 한다.
작가는 잃어버린 장소들이 가진 특별한 마법에 주목한다. 풍부한 장식적 요소들로 가득 차 있는 버려진 공간들은 이전의 영광을 말하기에 앞서 지난날의 아름다움, 화려한 건물의 부식, 퇴락에 대한 절절함을 이야기한다. 위신과 명망을 상징했던 가구들의 쓸쓸한 죽음처럼, 시간의 행진으로부터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방치된 장소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무미건조하게 아름다움을 자극하는 물리적 잠식은 자연에서 시작해 자연으로 돌아가는 본래의 소유를 증명하는 예술적 기록이기도 하다. 장식적인 순간에만 머물지 않고 부패, 쇠퇴, 향수와 같은 다양한 관념을 연상시키고 감각적 통찰을 선사한다.
유기된 대상에 무한한 관심을 두는 작가의 태도는 경직된 신체를 이완하는 심호흡과 같아서 우리가 그의 사진을 감상하는데 숨 막히는 검문은 필요치 않음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슈완의 사진에 등장하는 빛줄기는 인간의 부재를 밝히기보단 순전히 개인적 기억의 여정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슈완의 작업은 회화주의 사진의 요건을 충족하면서도 그 작법은 다분히 자연주의적이다. 방치된 건물 중에서도 유미적이며 자기충족적인 대상을 선정한다는 점은 회화주의의 어떤 경직성(포즈), 즉 감상적 관점의 요구를 도출한다. 하지만 조명을 일절 쓰지 않고 자연광에 의존해 셔터를 누르는 작가의 모습에서 자연주의가 추구한 ‘있는 그대로’의 예술을 확인할 수 있다.
마이클 슈완은 독일 프라이베르크(Freiberg) 대학에서 재료공학(materials science)을 전공하였고 다수의 학술-사진 프로젝트에 참여하였으며, 특히 대학 박물관의 조각 작품 학예 연구는 그가 사진가로 성장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최근 2020년 영국 에스테티카 미술상(Aesthetica Art Prize) 사진 부문 최종심사작으로 선정되며 포토그래퍼이자 아티스트로 주목받았다. 마이클 슈완의 사진은 독일, 스페인, 미국, 프랑스 등의 사진 전문잡지와 언론매체에 소개되었다. 현재 프라이베르크를 기반으로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York Art Gallery(2021, 영국), Palazzo Albrizzi-Capell0(2021, 이탈리아), PH21 Gallery(2020, 헝가리), Photokinia(2018, 독일) 등에서 전시하였으며 다수의 유럽권 포토그래피 어워즈에서 수상하였다.//갤러리 이배//
장소 : 갤러리 이배
일시 : 2023. 09. 13. – 10. 14.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