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생성과 소멸”
허황은 캔버스에 칠하고 지우고, 지웠다가 다시 칠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하얗게 비어있는 캔버스 같지만, 수많은 작용의 결과물인 것이다. 여기에 마티에르가 더해지면 표면은 입체성을 획득하며 살아 움직인다. 화면 안의 입체적 층이 빛에 따라 만들어 내는 그림자와 질감은 고정된 바탕과 미묘하게 충돌하며 작가의 내면 흐름을 보여 준다. 이는 보는 이의 심리변화로 이어져 결국 작가와 감상자의 교감을 끌어 낸다.
허황의 작품에는 흰색이 지배적으로, 이는 단순히 안료의 색이 아니라 작가가 표출하는 정신의 색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수많이 생성되며 동시에 덮여 소멸한 흔적들의 미세한 변화가 만들어 내는 화면을 통해 ‘심리적 표상’을 상징적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허황은 ‘석소’라는 천연 돌가루 재료를 사용한다. 석소를 물에 풀어 담가놓은 시간에 따라 점성이 달려져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원반의 다양한 모습이 나온다. 이렇게 만들어진 석소 반죽을 캔버스에 부어 퍼뜨리고 말리고, 그 위에 색을 입히고 말리고를 반복한다. 이러한 반복으로 인해 작품이 지닌 색채와 형태는 처음과 달라지기도 한다. 고요한 물에 이루는 파문과 같이 캔버스에 부어지는 석소의 흐름은 때때로 작가의 예상을 비껴가기도 하는데, 마치 작가 자신도 이러한 자연스러운 흐름에 작품의 운명을 맡겨 두는 듯 보인다.
“색의 3원색을 합하면 검정이 되고, 빛의 3원색은 합하면 무색 또는 흰색이 됩니다.
한국인에게는 묘한 느낌의 흰색이 있습니다. 뽀얀 달항아리에서 보듯이 말이죠. 우리의 흰색이 이런 것은 아닐까. 그저 내어 보이는 것입니다.”
허황(b.1946)은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의 대학원에서 미술학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2년 《제1회 앙데팡당》전에 ‘가변의식(可變意識)’을 처음 선보인 이후 1974년 프랑스 까뉴쉬르메르에서 열린 《제6회 까뉴국제회화제》, 1975년 동경화랑에서 열린 《한국 5인의 작가-다섯 가지의 흰색〉전 등 국내외 주요 단체전에 참가하였다. 작가는 1970년대부터 흰색을 주조로 한 단색화 경향을 지속적으로 추구하였고, 한국 단색화의 선두 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부산시립미술관 관장, 부산 비엔날레 운영위원장을 역임하였으며,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샘터화랑//
장소 : 샘터화랑
일시 : 2023. 09. 06. – 11. 11.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