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이번 전시 ‘이면필요충분-조건’은 세상의 질서에서 드러나지 않는 무수한 ‘이면’(裏面)들이 어떤 필요충분조건으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한다. 더불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면필요충분-조건’으로 정체시키는 수많은 부조리함을 각성하기 위해서, 또 다른 ‘이면’(異面)을 함께 말하고자 한다. 세상은 항상 양면이 존재한다. 각각 다른 단면들은 그 자체가 바로 ‘이면필요충분-조건’이자 ‘불안정성’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구조적인 정의(권위)가 개인의 정의를 지배할 수 없고, 전 지구적 사회적 문제들이 개개인의 행복과 선택의 가치와 ‘반’하지 않음에도 지금의 세상은 겉모습과 실상이 많이 어긋나 있다. 우리는 그 실체를 알면서도 묵인하고, 또는 무기력해질 때가 많다. 인간은 우리의 편의로 자연계에 그어놓은 선 때문에 그 너머 복잡성을 바라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보편성이 가리고 배제해 온 ‘특수성’의 세계, 세상의 무례함과 부당함에 맞서기 위해, 약자와 소수자로서의 삶의 세부를 들여다보기 위해, 정상이라 여겨지는 것들을 비정상으로 뒤집어 보고,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없애고, 시적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서, 사물이나 공간의 비생물적인 것들도 살아있는 리듬을 갖게 하고자 한다.
이러한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문제 인식을 ‘몽타주 회화’를 통해 표현한다. 이는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내부사정이나 사실을 동시에 한곳에 불러내서 동등한 자격으로 이어주기 위한 방식이다. 숨어있는 삶의 질서와 서사의 재구성을 통하여 ‘이면’에 주목하며 가능한 모든 조합을 적용한 ‘상호교잡’된 이미지로 제시한다. 몽타주는 원래 통속적인 재현방식이 아니므로 ‘다큐’ 적으로 보이지 않게, ‘픽션’ 의 장치를 가지고 ‘시적’인 의미 교란을 유도한다. 제각각 모은 이야기와 이미지들을 잘라 붙여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았던 조형적인 구성이 또 다른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이러한 의외성의 조합으로 인해서 시적 해석이 개입된다.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포함하지만, 외형적 현실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현실 이면에 있는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비밀에 주의를 돌리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특정한 시공간과 개별 사건들의 색채를 지우고, 다의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하도록 이질적인 결합과 이미지 변형, 왜곡 등을 통해서 표현하고 있다. 화면 속 각각의 이미지들은 고립된 독립적인 의미를 생산하는 동시에, 작품을 대하는 대중의 의식과 기억을 소환하여 무한한 의미의 ‘연속성’을 지니게 된다.
결과적으로, 서유정의 몽타주 회화는 현대사회의 지배적인 세계관인 ‘가상’의 실재를 회화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집합적 서사를 창출해내기 위함이다. 이미지 해체와 파편화 전략의 일명, ‘부정’의 미학인 기존의 몽타주와 달리, 새로운 의미를 생산하는 ‘가상’ 적 차원의 시공간에서 그 의미를 찾고자 한다. 이 가상은 모든 차이를 만들어내는 장소이면서, 현실화할 수 있는 구조와 의미의 잠재적 장이라 할 수 있다. 미결정성의 의미와 시공간이 발생하는 근원적 차원으로 무의미나 비생산이 아니라, 창조적인 의미와 시공간을 생산하는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서유정//
장소 : 미광화랑
일시 : 2023. 08. 23. – 09.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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