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내용//
어컴퍼니에서는 김해를 거점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는 영상설치작가 김도영의 개인전 ”내 발에 묻은 모래 닦기’를 진행 중이다. ‘내 발에 묻은 모래 닦기’는 김도영 작가의 ‘수영’ 프로젝트의 두 번째 시리즈 ‘더 깊은 바다의 이야기’를 주제로 하는 전시이다.
2021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수영은 개인의 행위이지만, 작가는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의 표류와 이동을 상징하고 있다. 바다를 헤엄쳐 건너는 아프리카 난민의 이야기가 현대인들이 사회적인 이유로 인해 표류되고 방황하는 모습과 비교되는 것처럼, 작가는 수영을 하지 못하는 자신의 어려움과 현실의 경계를 넘어보려는 의지를 교차시킴으로써, 현대인으로서의 이야기를 다시 전달하려고 한다.
‘프로젝트: 수영’은 바다는 사회의 복잡한 구조와 헤엄쳐야 할 어려움을 상징하며, 수영은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의지와 용기를 대변한다. 작가의 수영 연습 과정을 통해서 개인의 미시사적 요소들을 이야기하며 현대인의 생존, 욕망과 좌절을 은유하고 있다. 작가 개인의 경험으로부터 출발해 식민 지배, 자본주의에서 비롯된 오늘날 바다 위의 상처까지 초점이 확장되어 가고 있는 시리즈다.
김도영 작가는 소외된 계층, 사회적 약자 등 동시대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사유를 물 혹은 바다라는 공간에 투영하고 있다. 수집하고 기록한 영상, 사운드 등 다양한 미디어와 그에 맞는 조형물을 만들어 결합하는 작업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에게 물은 세상을 투영하는 거울이자 인간 사회를 은유하는 공간이다. 평범한 삶에서 내몰린 노숙자나 이주노동자의 문제 또는 환경오염 등의 현시대 발생되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은 비단 개인에게만 국한된 상황이라고는 할 수 없다. 작가는 이러한 사회적 문제들을 객관적이고 공통된 시선으로서 바라보고자 한다.
2022년 ‘어컴퍼니 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난겨울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의 섬, 테네리페에 머물며 3개월간 작업을 진행하였다. 카나리아 제도는 북아프리카의 서쪽 대서양에 있는 스페인령의 군도이다. 유럽 최고의 휴양지이며, 또한 유럽으로 가는 아프리카 난민의 사망자가 가장 많은 위험한 해양 루트이다. 아프리카와 유럽의 경계로 현재 난민 문제에 있어서 논란이 뜨거운 국경 중 한 곳이다. 한 이방인으로서 그의 시각으로 본 유럽과 아프리카의 새로운 갈등을 작가 본인의 예술 프로젝트로 반영하였다.
3개월간의 짧지만 긴 시간 동안 채집한 이미지와 자료들 그리고 몸으로 느낀 방대한 감정들을 정리하는데 긴 호흡을 필요로 한다는 김도영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본인의 작업적 연구 자료들을 보여주는데 중점을 두고, 두 번째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요약을 보여주고자 했다.
집을 떠나는 순간 표류의 운명과 더불어 그들은 난민으로 전락하게 되고 어떤 정처나 목적지도 갖지 못한 표류의 끝에 간신히 당도하게 되는 곳은 무의미와 허무의 지점일 수밖에 없다. 체류와 표류를 나누는 경계선을 기준으로 선명하게 구획되는 세계의 구도에서 작가는 기꺼이, 자발적으로, 당당하게 표류의 세계로 진입해 들어간다. 가치의 충돌의 양상을 목격하고, 불안과 불확실함이 가득한 오늘날을 사는 개인의 고통스러운 표류의 서사로 들어가는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인식(프로젝트)을 통하여 우리로 하여금 바다를 통해 우리가 사회적인 표류를 경험하며 만나는 다양한 상황을 그려내고, 대서양을 헤엄치는 아프리카 난민의 이야기는 표류와 그로부터 비롯된 이미지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표류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으로 연결, 다시 우리 사회를 표류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탐구하게끔 한다.
그리고 그들의 언어가 아니라 몸으로 겪었던, 그래서 몸에 머물러 있는 이미지들을 상기시키는 방식으로 전시는 이루어진다.
이 이미지들에 대한 언어와 오브제 들은 그들의 몸과 비유적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런 이유로 이번 전시에서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 그리고 이 생각을 따라 전개되는 이야기는 이미지들의 주위를 맴돌며 미끄러지는 체류의 흐름, 즉 표류가 된다. 그리고 전시는 표류하는 현대인에게 주어진 일종의 나침반이 된다.
‘회전의 방향, 2023’에서 작가의 해프닝 퍼포먼스 장면들과 풍력발전 터빈 이미지들이 반복되는데, 작가는 ‘깔리마’라고 불리우는 아프리카에서 불어오는 황사로 인해 테네리페 섬이 노랗게 덮이는 상황과 아프리카 난민들이 테네리페로 유입되는 상황을 은유적으로 병치하였고, 작가 본인이 난민들이 들어오는 장소에서 직접 신호를 보내는 행동을 통해 그들의 표류에 개입하고자 했다.
전시장 중앙에 설치되어 허망하고 느릿하게 움직이는 ‘우리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계속해서 움직여야 할 운명이 되었는데, 2023’ 작품은 아프리카 노예선 그리고 현재의 무동력 난민 보트, 그리고 팔을 휘젓는듯하기도 한 이미지들을 연상케 한다. 그렇게 무관심과 배타성의 파도를 넘어야 하는, 희망과 좌절의 이미지를 찾아 나섰던 체류와 표류의 허망한 기록들을 영상과 설치 작품으로 이번 전시에 담아낸다.//어컴퍼니//
장소 : 어컴퍼니
일시 : 2023. 07. 08. – 08.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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