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내 작품은 대부분 기하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하형은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또 현대적이다. 전통한지에 동양회화의 가장 중요한 사상인 여백을 충분히 활용해 간결하고 절제된 화면으로 형상의 반복과 대비라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기하형의 다양한 화면구성의 변주이며 원시적인 조형성을 바탕으로 거기에다 현대의 시각을 투영시킨, 사유의 단서를 내재시킨, 한국적인 작업이다.
현대미술이 서구화되어가는 구조적 성향에 반해 가장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고유정서가 깃든 작업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비록 추상성을 추구하고 있지만 전통한지의 본질과 빛, 질감을 최대로 살리면서 선염법을 기조로 사계의 삼라만상을 연상케한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화면에 조금씩 나타난 상형문은 고대 중국의 귀갑수골문으로 유년시절 선친의 서재에 있는 일본어로 된 서도전집이란 책에서 본 느낌, 뭐라 말할 수 없는 이상야릇한 감정이 남아 있어 작품에 응용하고 있다. 삼라만상을 형상화한 상형문(갑골문)은 그 조형성이 매우 재미있고 온갖 것들이 다 들어있어 그걸 보고 있으면 태고적 사람들과의 교감이 이루워진듯한 망상에 빠진다.
언제 부터인가 생활 속에서 문명의 이기에 사라져버린 것들, 존재와 부재하는 것 등에 대한 아련한 향수랄까 애틋한 정서가 점점 내안에 자리하고 있는 걸 느낀다. 그리고 난 확실한 의지나 행위보다는 무의지, 무위를 지향하는 것 같다. 화면에도 무의식적이긴 하나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성, 공간성 그리고 그 속에 잠재되어있는 가변적인 것과 불변적인 것 등에 대한 사유와 사색들을 실체와 또 다른 존재를 가시화하는 동양화의 기법으로 시공의 빛을 통행 현대의 시각을 투영시키는 작업이라 볼 수 있다. 모든 사물이 지니고있는 시간성, 공간성, 거기에 내 의지와의 자연스런 만남이다.
작품은 한 작가의 창조물이므로 개성과 독창성, 창의성이 무엇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본다. 나는 대중을 의식하거나 감상자들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한 적은 없다. 대중과의 공감대가 이루어지면 더 좋겠지만 거기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나의 관심은 오직 현대적인 조형성의 획득과 이를 통한 고유정서의 발현이다.//김수길//
장소 : 금샘미술관
일시 : 2023. 07. 25. – 0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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